학부대학 추진, 장학ㆍ입시제도 개편에 진통 겪어

◆재정 확충
정운찬 총장 취임 후 기성회비 인상률은 신입생, 재학생 각각 ▲2003년: 9.5%, 7.0% ▲2004년: 10.0%, 8.0%로 고공비행을 해왔다. 올해에도 기성회비 인상률이 신입생, 재학생 모두 9%로 책정됐으나, 총학생회(총학)의 등록금 투쟁에 힘입어 5.9%로 하향 조정됐다.
 
정 총장은 학생들과 등록금 인상으로 마찰을 빚을 때마다 “교육재정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총장의 재정확충 방안은 ▲발전기금 ▲연구지원비 ▲국고 확충이다. 정 총장은 임기 동안 직접 발로 뛰며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850여억원을 서울대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발전기금 총 모금액은 578억원으로 2003년 124억원의 약 5배에 달했다.

한편 예산담당관실에 따르면 정 총장은 취임 후 매년 정부로부터 60여억원을 추가 확보해왔다. 또 서울대는 지난 2004년부터 기초교육 특성화 자금으로 향후 5년 동안 매년 36억여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게 되며,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의 성과금으로 146억원을 정부에 신청한 상태다.


◆학부대학 계획대로 진행 중?
정 총장은 지난 2003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05년부터 단과대학에 기초학문 중심의 ‘학부대학’체제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3ㆍ31비상총회 후 열린 총장과의 면담에서 총학은 “학부대학-전문대학원 체제 개편이 기초학문 고사와 학문의 서열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전면 재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정 총장은 “내 임기 중에 학부대학 실현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원 감축, 학과 통합 등 학사구조 재편 과정에서 단과대 별로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고, 비인기학과 기피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미 학부대학으로 옮겨가는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04년 8월 서울대는 기초교육원장을 학장급으로 승격시켜 기초교양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정 총장은 지난 2월 오는 2006년부터 ‘자유전공제’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서울대의 입학정원과 대학원정원은 점점 축소되는 등 내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정 총장은 지난 2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신입생 모집단위는 학부대학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선발한 학생에 대한 교육단위로서는 학부대학으로 이행해 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수 처우 개선
정운찬 총장은 지난 2002년 취임 당시 서울대 교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보수 인상 ▲2백 가구 이상의 교수아파트 건립 ▲1천억원 규모의 교수복지기금 조성을 약속했지만 교수복지기금 조성은 대학의 재정난으로 추진이 힘들 전망이다.

교수처우 개선을 위한 연구보조비 인상분은 기성회비에서 2003년 65억원, 2004년 87억원, 올해는 88억원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매월 정교수는 200만원, 부교수 195만원, 조교수 190만원, 전임강사 185만원을 연구보조비로 받고 있다. 기성회비에 교수 인건비성 경비가 포함돼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에서 시정요구를 받았으나, 본부는 기성회비에서 교수 연구보조비를 계속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 총장의 취임 당시 총장공관 부지를 헐고 교수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에 따라 기존 총장 공관 부지에 지난 5월 1차로 교수아파트 88세대가 들어섰다. 2차 분양예정인 교수아파트 148세대는 내년 10월말 완공 예정이다. 교수아파트 건립비용 300여억원은 발전기금에서 충당됐다. 그러나 교수아파트에 입주하는 교수들은 관리비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발전기금에 분할 상환해야 하며, 기간은 개개인이 합쳐 36년 동안이다.


◆장학제도 개편
정 총장은 올해 3월 대학원 장학제도 개편에 앞서 “대학원생들이 학비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대학원생 전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원은 교수 1인당 지도 학생 1인을 추천받아 1700여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매월 40~6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대학원 장학금에서 매년 소요되는 예산은 200억원정도로, 정 총장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발전기금에서 대부분 충당된다.

개편된 장학제도는 ▲학문 후속세대 양성 ▲장학금 지급액 현실화라는 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수에게 집중적으로 장학금이 지원돼 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 ▲장학금 분배 불평등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또 막대한 예산 확보 문제 때문에 장기적인 장학제도 유지가 불투명하다. 기획담당관실 측은 “향후 대학원 장학제도의 유지는 차기 총장의 예산 확보 역량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한편 학부 장학제도는 봉사장학제도를 확대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노렸으나 기존 근로ㆍ봉사 장학생들의 수혜가 고착화 되고, 봉사장학생 관리가 부실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현재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국제화
지난 2002년 정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는 미국 명문대학들을 포함, 36개 해외 대학과 학생교환협정을 체결했다. 학생교환협정을 통해 올해 서울대는 126명의 학생을 해외대학으로 파견했고, 해외대학 학생들은 80여명 정도가 서울대에 왔다.

지난 3년 동안 서울대는 9개 대학과 ‘특별학생교류협정’을 체결해 한 학교당 교환학생 수를 1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또 정 총장은 한국이 동북아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2004년 2월 동남아 4개국 5개 대학과도 학생교환협정을 맺었다.

대외협력본부는 “내년 정 총장 퇴임 전까지 100여개 이상의 대학들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유수대학과도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임기 동안 서울대의 국제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서울대와 해외대학의 교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입시제도로 촉발된 대학 자율성 문제
올해부터 서울대가 대학구성원 다양화를 위해 실시한 지역균형선발전형은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최근 정부와 여당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포함된 2008년 서울대 입시안을 두고 ‘본고사 부활’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정 총장이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총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강수로 대응해 입시안 관철의지를 보였다.

현재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논란은 교육부의 논술고사 지침 발표와 서울대의 교육부 정책 존중 입장 발표로 일단 봉합됐지만, ‘대학 자율성’을 두고 서울대와 정부의 힘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최근 교육부와 한나라당은 ‘국ㆍ공립대 법인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 국ㆍ공립대와 서울대 내의 기초학문 분야 교수들은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오래 전부터 법인화를 검토해 오고 있으며, 정 총장의 개인적 의견도 법인화에 긍정적이라 정 총장의 남은 임기에는 법인화가 큰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