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직원, 학생 단체 대표들은 정운찬 총장의 지난 임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목소리를 들어봤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정 총장의 지난  임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2. 최근 입시안 등을 둘러싼 정부와 갈등에서 정 총장의 대응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정 총장의 남은 임기 동안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교수들의 강의 부담 줄여주길 

장호완 교수(교수협의회 회장)

1. 서울대에 대한 비우호적인 사회여건과 분위기 속에서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서울대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당정의 적절치 못한 교육정책과 분위기를 시정시키고 돌파하려는 의지와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다.

2. 서울대에 대한 위해적 발언과 온당치 못한 평가 속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정 총장의 의지와 신념을 존중한다. 몇몇 부적절한 표현도 있었지만 갖은 협박과 공갈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총장답게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3.  서울대는 미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동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 체제의 개혁을 통한 서울대 정체성의 재확립이 요구된다. 교육과 체제의 개혁은 교수와 학생들의 새로운 교육이념 정립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교수들의 강의부담을 줄이고 처우를 개선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내부 개혁과 혁신 이뤄져야

최갑수 교수(서울대 민교협 의장)

1. 정 총장은 역대 총장 가운데 내부 구성원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총장이다. 교수 복지 개선, 김민수 교수 복직, 글쓰기 강좌 신설, 지역균형선발제 도입 등 잘한 일이 많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 입시안 문제로 서울대와 국민들간의 괴리가 더욱 깊어졌다.

2. 정 총장이 주장하는 대학 자율성문제는 현 정권 들어 갑자기 발생한 사안이 아니다. 과거부터 대학들은 교육부에 종속돼 있었고 대학입시제도도 당정의 간섭을 받아왔다. 다만 정 총장이 지금 이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뿐이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3.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에 있어 그 존립기반은 바로 국민들이다. 서울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내부 개혁과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친일행적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과거청산작업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 충분히 수렴하길

최충림씨 (서울대 공직협 회장)

1. 지난 3년 임기동안 정 총장은 전 총장들의 형식적인 학교 운영과 달리 직원 복지, 기초교육 등의 분야에서 서울대의 내실을 크게 개선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운영은 여전히 교수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수뿐 아니라 학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지 못했다.

2. 교육부가 요구하는 지침만을 따른다면 변별력 있는 학생선발이 불가능하다. 정 총장이 학교를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고 교육부와 정당의 압력에 맞서 끝까지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3. 최근 국립대 법인화 문제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화를 위해 우선 예산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데 서울대의 경우 아직 자체 수익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 상황에서 정 총장이 법인화 문제를 급하게 밀어붙이면 등록금 인상 등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많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후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명하게 법인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두가 혜택받는 교육정책

정화(총학생회장)

1. 투명하고 개혁적이며 진보적인 모습으로 서울대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교육정책은 학부대학, 전문대학원, 국립대 법인화 등 신자유주의적이고 소수만을 위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총학생회 5대 요구안에 대해서도 등록금 인상, 상대평가제, 학점취소제 등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2. 정 총장이 말하는 대학 자율성은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구조조정을 뜻하는 것 같다. 일단 이것이 올바른 대학 자율성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입시안과 관련해 일반교사, 중ㆍ고등학생들의 불만을 많이 샀다. 누구를 위한 대학 자율성인지 모르겠다. 교육현실을 무시한 채 대학 자율성만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3. 소수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게 혜택 받을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학생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으며 학내 구성원 모두와 함께 대학운영을 이뤄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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