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보다 작은 냉동기를 만드는 곳

 

정부부처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 지원하는 35개의 교내 국가지원연구센터에서는 교수, 대학원생들이 함께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교 구성원들에게 국가지원연구센터는 미지의 영역과도 같다. 『대학신문』에서는 이중 6개의 국가지원연구센터를 선정, 센터에서 하는 일과 구성원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01년 7월에 설립된 마이크로 열시스템 연구센터(센터)는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136동) 내부에 위치해 있다. 현재 19명의 교수, 60여 명의 대학원생이 이곳에서 마이크로-스케일(micro-scale) 열 전달 기반 기술, 마이크로 열시스템 설계기술, 마이크로 열시스템 제작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크로 열시스템은 나노 기술을 이용한 엔진 등의 동력발생장치, 냉동기 등의 열기기 같은 초소형 열시스템을 말한다. 소장 이준식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나노 세계에서의 물리적 현상은 일상에서 접하는 매크로-스케일(macro-scale) 세계에서의 전달현상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므로 산업기계와는 다른 기술이 마이크로 열시스템에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센터에서 개발 중인 초소형 냉동기는 가정용 냉장고 크기의 냉동기를 직경 10mm, 높이 10mm 크기로 줄인 것으로 냉매가 흐르는 유로(流路)의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 정도다. SF영화에 등장하는 몸속을 돌아다니는 로봇 개발도 최근 마이크로열시스템 관련 학술대회에서 언급되는 내용이다.

연구원 노희환씨(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는 나노 스케일 물질의 열전도율, 마이크로 열시스템 내의 유체 속도 등을 측정하는 연구를 한다. 그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그래픽, 전압 신호 등으로만 실험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한 달씩 걸리기도 하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결과들이 나오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병희씨(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는 “센터에서는 공학과 더불어 물리학, 전기 관련 이론 등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며 지원을 희망하는 학부생들에게 미리 공부해둘 것을 권하기도 했다.

한편 센터는 삼성종합기술원, LG전자, SNU프리시전 등 10개 기업과의 산학협력, 버클리 대를 포함한 미국, 유럽, 일본의 8개 기관과 국제협력을 진행 중이다. 센터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용된 나노-스케일 형상측정간섭계(SNU프리시전 제품)는 전세계 LCD 검사장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센터의 연구 결과는 청정에너지원, 고효율에너지원의 개발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과 편의 증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진재식씨(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는 “미래에는 이 연구성과를 이용해 몸에 부착하는 센서와 휴대폰을 연결해 체온으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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