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교수(지리학과)

1990년 프랑스의 탈르와르(Talloires)에서는 전세계에서 온 22개 대학의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의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게 된다. 당시는 인류가 지금과 같이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에는 환경이 인류를 파괴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바로 2년 뒤, 브라질 리우에서는 179개국 정상들이 모여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이 인류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이념이라고 선언하였다.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 ‘의제 21(Agenda 21)’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였다. 이후 탈르와르 선언에 가입한 대학들이 점점 늘어 2004년에는 300개 대학이 되었고, 유사한 선언과 국제적 협력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에코캠퍼스는 대학이 추구해야 할 너무나도 당연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에코캠퍼스 구축을 위한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3년에 총장의 에코캠퍼스 선언이 있었고, 캠퍼스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 공사가 한창인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과 버들골의 습지 복원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캠퍼스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학신문사가 주관하는 ‘에코캠퍼스 캠페인’은 관악캠퍼스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나 할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에코캠퍼스 논의에 몇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첫째, 에코캠퍼스의 개념을 더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에코캠퍼스를 ‘아름다운 대학 교정’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친환경적인 건물과 조경, 에너지 및 자원 사용의 최적화, 각종 폐기물의 효율적인 처리 등이 에코캠퍼스의 핵심적인 요소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개념의 발전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한 의미의 에코캠퍼스는 물리적 친환경성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대학의 핵심적 역할은 다가올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이론과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친환경적인 지식에 접할 수 있는 대학이 된다면, 그들이 곧 미래사회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모든 대학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어떤 설문조사에서 대학구성원들의 캠퍼스 환경에 대한 불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난 수년간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환경을 개선해야 할 책임소재를 묻는 질문에서는 대학본부라는 응답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학본부는 캠퍼스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의 수립과 효율적인 환경관리시스템의 운영을 통해 학내의 환경문제를 개선해 나갈 일차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학본부의 노력은 또 다른 관료주의적 규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셋째, 관악캠퍼스는 결코 서울대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는 인근의 관악구, 그리고 나아가서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다. 자연환경 측면에서 서울대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다. 수려한 관악산의 북사면을 통째로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나은 경치를 가진 대학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서울대인에게 주어진 것은 수려한 경관을 독점할 권리가 아니라 더욱 아름답게 가꿀 책임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책임 역시 서울대에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의 욕구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의 욕구를 줄인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다. 올바른 환경인식과 지속적인 교육이 그나마 그 부자연스러움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구성원들의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대학 구성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누구에게도 그러한 불편함과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서울대인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관악캠퍼스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에코캠퍼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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