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스케치 여행 후기

북핵 6자회담 개막, 금강산 관광길에 이은 백두산 관광 추진 합의 등 모처럼 남북 간 화해무드가 이루어지면서 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 시류를 반영 할 수밖에 없는 영화만 보아도 남북 간에 화합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5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으며 올해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따낸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남북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는 영화 ‘천군’을 보면 남과 북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된 흐름 속에서 전에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북측 미술대학생들과 미술 교류를 위해 남측 미술대 학생들이 모였다. 올해 3월 초, 서울대, 홍익대, 시립대, 미술대 학생들이 북측 평양미술대 학생들과 공동 전시회를 개최하고 상봉모임을 하면서 미술관련 세미나를 열기 위한 연합체를 결성하였다.

3개 대학 학생들로 이루어진 남북미술대학생교류 준비위원회는 지난 3월에 발족한 이후 꾸준히 공동행사를 열고 모임을 가져오면서 북측 미술대학생들과 공동전시를 열기위한 사전 행사로서 8월에 떠나는 금강산 스케치 여행을 준비해 왔다.

처음에는 9개 대학, 250명이 떠나기로 했던 금강산 스케치 여행이 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준비해 각 학교 간에 이해관계가 부딪쳤고, 또 학생들의 힘으로만 끌어가는 만큼 금전적인 어려움이 많아 나중에는 4개 대학, 92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같은 남측 미술대학간의 연합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 진행시켜 나갈 북측 미술대학과의 교류는 얼마나 더 힘들까란 생각이 들었다.

8월 22일 사전행사로 서울대학교 28동 301호에서 서울대?시립대?덕성여대?건국대 미술대학의 92명 학생들이 모여 서울대 국제대학원 정영철 선임연구원에게 북의 체제 전반과 북의 미술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23일 새벽 7시에 출발해서 남과 북의 세관을 통과했고, 오후 4시쯤 북녘의 땅에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북측 땅에 들어서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을 보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소로 밭을 매는 풍경만 보아도, 조금 마른 듯하지만 남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북의 아이들을 보고도 신기해하면서 버스 창가 쪽에 매달린 채 시종일관 지칠 줄 모르고 떠들어 댔다. 가까이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고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듣지만 눈으로 확인 할 수 없었던 북녘의 땅에 몸소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들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탁 트인 해변에 자리 잡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해수욕을 즐기거나 스케치를 했다. 그리고 단체로 피로를 풀기위해 금강산에서 인기 2위인 노천온천에 1인당 5000원씩 내고 다녀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금강산 보호를 위해 허가를 잘 안내준다는 만물상 등반 코스에 92명의 미술대 학생들이 스케치 도구를 들고 오르기 시작했다. 남한 쪽에서 낮고 부드러운 능선의 산만 보면서 거칠고 깎아지는 듯한 산세를 그려놓은 조선시대 화풍인 북송화는 중국 화북지방 화풍을 모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북송화에서 보던 깎아지는 듯한 절경이 눈앞에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서는 원래 일정에는 없었으나 금강산에서 제일 인기 있는 교예단을 보자는 의견이 많아 급하게 표를 구해 관람했다. 남한에서는 비인기 분야로 전락한 서커스를 북에서는 그 분야의 최고 단원을 인민배우 또는 공훈배우로 선정하여 우대해 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동안 북의 대학생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떠난 스케치 여행이었었다. 그러나 서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타 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예비 예술가로서 작업에 관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서로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뚜렷한 대북 통로도 없이, 다른 체제 아래서 주로 사실주의에 입각한 사상화를 주로 그리는 북의 대학생들과 교류를 염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북미술대학생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행사를 열심히 기획하고 즐겁게 만들어가는 서울대 미대의 기획단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다녀온 92명의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인당 1점 이상씩 작품을 제출하고 전시회를 준비하게 된다. 올해에는 아쉽게도 남한 일부 미술대 학생들만의 전시로 그쳤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 학생들이 북의 미술대 학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우리들의 움직임이 작은 보탬이 되어서 서울대학과 북측 대학 간에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남과 북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적인 교류 또한 활성화되기를 염원해 본다. 


미술대학 학생회장 최유진(스케치 여행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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