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네마 ‘프랑스 영화 : 누벨바그와 그 이후’

당신이 가장 최근에 본 영화를 떠올려 보라. 「친절한 금자씨」,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모두 최신 흥행작들이다. 쉴새없이 밀려드는 최신작들에 조금은 지치지 않았는지. 개강 후유증으로 심신이 고단하다면, 공강 시간을 이용해 한가로이 옛 명화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대학생활문화원이 마련한 이번 학기 「수요시네마」는 ‘프랑스 영화: 누벨바그와 그 이후’라는 기획을 통해 누벨바그 영화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누벨 바그(nouvelle vague) ’. 귀에 익숙하지만 뚜렷하게 정의내리기는 머뭇거려지는 용어이다. 흔히 영화의 한 장르로 착각하기 쉽지만, 누벨바그는 1958년부터 1965년까지 있었던 일련의 영화운동을 의미한다. 1950년대 영화는 영화적이라기보다 문학적이었고, 스튜디오의 제한된 배경에서 촬영하는 도제 시스템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제작 비용 또한 많이 소요됐다. 이 흐름에 반발하여, 프랑소와 트뤼포가 비평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 ‘작가 정책’을 주장하는 글을 게재한 것을 촉매로 누벨바그는 시작된다.

수요시네마의 기획에 참여한 이수원 박사(영화학 전공ㆍ불어불문학과 강사)를 만나 누벨바그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영화 감독은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 정책의 요지입니다. 자유로운 야외 촬영, 비전문 배우 고용 선호, 저예산,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 그리고 파격적인 소재 사용 등이 누벨바그의 특징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상영작으로 선정된 세 영화 모두 누벨바그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400번의 구타」(Les Quatre cents coups)는 누벨바그의 거장인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작품이지만, 「암흑가의 세 사람」은 누벨바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작품이다. 「나쁜 피」는 누벨바그 이후에 나타난 ‘누벨 이마쥬’에 속한다.

「400번의 구타」는 트뤼포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영화 세 작품을 일컫는 ‘앙트완 드와벨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 박사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모두 ‘앙트완 드와벨’로, 모두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했어요. 앙트완은 트뤼포의 분신인 셈이죠”라며 실제 배우가 앙트완의 성장 과정을 일대기적으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버림받은 13세 소년 앙트완의 불우한 성장기가 녹아 있다. 제목인 ‘400번의 구타’는 프랑스어로 ‘방종하다’라는 의미의 숙어이다.

1970년에 만들어진 「암흑가의 세 사람」은 이브 몽땅과 알랭 드롱이 출연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다. 재범을 계획하는 탈옥수가 경찰에 쫓기다가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는 줄거리다. 암흑가의 연대의식이 과장없이 절제되어 드러난다.

마지막 상영작 「나쁜 피」는 소재가 특이하다. 사랑 없는 성관계를 할 때 걸리게 되는 바이러스 STBO를 치료하는 백신의 개발과, 이를 훔치려는 주인공의 파멸을 그렸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복화술에서 ‘언어’라는 일상성에 저항하는 감독의 의식을 알 수 있다. 도발적인 색채 감각, 영화를 지배하는 속도감 등이 인상적이다.

이 박사는 “최근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영화사에서 중요한 미학적 가치를 지니는 옛날 영화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영화 종주국으로 우뚝 선 만큼, 대학생들이 명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교양을 쌓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어요?”라며 기획의 취지를 밝혔다.  매 영화 상영 전에는 누벨바그와 상영작에 대한 이수원 박사의 짧은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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