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록연극회 연극 워크숍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솔직히 궁금하다. 그리고 그것에 이어 드는 생각. ‘왜 아내는 그토록 남편을 죽이고 싶어한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30대의 회사원 남편과 가정주부인 아내. 부부는 너무나 평범하다. 권태기를 맞은 부부들이 그러하듯 연애 시절 애틋했던 감정은 어느덧 무뎌지고 남편으로서, 아내로서의 역할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열정적으로 부와 명예를 성취한 남편은 아내에게 너무나 권위적이다. 집안은 먼지 하나 없이 정리해야 하고 커피는 늘 ‘그 때’‘그렇게’타야 하며, 남편이 출근할 때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아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요되는 섹스. 겉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지만 부부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지는 이미 오래다. 남편과의 관계 속에 자신을 잊고 순종적이기만 했던 아내의 마음속에도 남편에 대한 불만이 하나 둘 쌓여만 가고, 아내는 가계부에 ‘남편을 죽이는 방법’을 매일 하나씩 적어 나간다.

농생대 향록연극회의 연극 워크숍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은 이러한 형식적인 부부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의 자아에 대해 조명한다. 원작은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당선작인 서미애의 동명 소설로, 희곡으로 각색된 것을 이번 공연을 위해 향록연극회가 다시 한 번 각색했다.

공연은 두레문예관 공연장에서 14일(수)부터 이틀간은 오후 4시와 7시 30분 두 차례, 16일은 오후 4시 한 차례로 총 5회 무대에 오른다. “5회의 공연 횟수는 배우를 생각해도 관객을 생각해도 너무 많지 않냐”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연출을 맡은 회장 이수열씨(응용생물화학부ㆍ03)는 “지금 외치는 대사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도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것에 슬퍼합시다. 그리고 지금 최선을 다합시다”라는 연극 「매직타임」의 대사를 인용해 유쾌하게 응대했다. 똑같은 공연의 반복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공연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매일 가계부에 남편을 죽이는 방법을 적는 아내. 이야기의 결말이 자못 궁금하다. 아내는 결국 남편을 죽이게 될까? 그 답은 무대 위에 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