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불칸집단의 패권 형성사』, 『부시의 정신분석』

도널드 럼스펠드, 딕 체니, 콜린 파월, 리처드 아미티지, 폴 월포위츠, 콘돌리자 라이스.

9ㆍ11 테러 이후 이어진 ‘미국과 이슬람의 대결’이 TV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면서 우리는 이미 이들의 이름에 익숙해졌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팀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부시의 대통령 선거 운동에 동참할 때부터 자신들을 ‘불카누스(Vulcanus, 로마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이자 금속을 녹이는 대장장이 신)’라 명명했다.

『불칸집단의 패권형성사』(제임스 만 지음, 정인석ㆍ권택기 옮김, 박영률출판사, 2만2천원)의 저자는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 ‘불카누스’ 사이의 유대관계 형성과정, 개인별 경력 등을 보도자료, 인터뷰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예컨대 1969년 닉슨 행정부 경제기회국 국장이었던 럼스펠드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체니를 보좌관으로 채용하며 인연을 맺었다. 한편 1974ㆍ75년에 월포위츠는 남한이 핵무기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 재처리 작업을 중단하게 만드는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미ㆍ소간 데탕트(긴장 완화) 국면이 조성될 무렵 럼스펠드, 체니, 월포위츠 등은 민주당의 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이에 반대했다.

‘불카누스’들은 합참의장(파월), 국방장관(체니, 럼스펠드), 국방차관(월포위츠) 국방차관보(아미티지), 핵전략계획기술담당연구원(라이스) 등을 역임했던 미국 국방부 출신 인사들이다. 저자는 “이들은 베트남전 패배를 겪은 후 대외정책에서 군사력 복원과 유지를 유난히 강조하게 됐다”고 한다. 2002년의 이라크전쟁은 부시 행정부의 중심 권력체인 ‘불카누스’가 주도한 전쟁인 것. 그러나 당시 베트남에 참전했던 파월과 아미티지는 이라크전쟁 찬성론자이자 전투 경험이 없었던 체니와 월포위츠 등을 비판하며 전쟁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저자는 “불카누스들과 이들이 걸어 온 길을 통해 미국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불칸집단의 패권형성사』가 ‘신하들’의 정치사를 다뤘다면, 『부시의 정신분석』(저스틴 A. 프랭크 지음, 한승동 옮김, 교양인출판사, 1만3천원)은 ‘왕’의 개인사를 파헤쳤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는 부시 자신의 고백을 비롯, 그의 가족ㆍ친구ㆍ동료들의 사적 기록ㆍ증언ㆍ인터뷰 등을 통해 어린 시절 부시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학습장애 등을 앓았을 것이라 추정한다. 부시의 이라크전쟁 결정에 대해 저자는 “제대로 양육받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불구가 된 유아, 자기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에 직면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유아의 충동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시는 과거에 알콜중독자였다. 저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같은 주요 구절을 반복하는 부시의 발언 성향, 금주가 빚어내는 심적 불안을 없애기 위한 부시의 경직된 일과표 등을 제시하며 “그는 알코올 중독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나?”라는 의문을 던진다. 또 그는 부시가 어린 시절 개구리 몸 속에 폭죽을 넣어 터뜨린 일화, 텍사스 주지사 시절 사형수들의 처형 장면을 유쾌하게 관람하던 모습, 인종 차별주의자 찰스 피커링을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 휴일에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한 것 등을 통해 “부시는 사디스트”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연설 도중 조바심을 내거나 얼빠진 표정을 짓는 부시를 보며 그의 미성숙한 정신 세계를 가늠할 수 있다”, “부시의 언어 오용은 흡연자들의 끊임없는 기침에 비견될 만한 심리적 증상인데, 이는 흔히 환자의 어딘가가 대단히 부실하다는 경고다” 등에서 처럼 부시의 행동과 그의 개인적 장애 사이에서 무리한 인과관계를 도출하고 부시에 대한 비판이 감정적 험담으로 이어진 점 등은 이 책의 단점으로 볼 수 있다.

『불칸집단의 패권형성사』와 『부시의 정신분석』을 통해 세계 정치의 중심 권력을 행사해온 미국 정부의 역사적 변화 과정과 이를 주도한 인물들의 개인사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