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실험실 벤처 간 연결고리 필요

한동안 얼어붙었던 대학 실험실 벤처기업(실험실 벤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월 1천억원의 주가총액을 기록하며 코스닥에 입성해 약 80억원의 공대 연구기금을 조성했던 ‘SNU프리시젼’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 소규모의 실험실 벤처라도 막대한 대학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공원창업보육센터장 강경선 교수(수의학과)는 “원천기술의 개발 및 판매를 통한 실험실 벤처의 수익은 직ㆍ간접적으로 대학의 수익원으로 이어진다”며 실험실 벤처가 대학의 중점적인 수익사업으로 주목받게 된 원인을 설명했다.

◆ 원천기술 확보가 실험실 벤처의 원동력 
서울대 창업보육센터에 따르면, 서울대에 입주한 외부 벤처기업은 110개, 서울대 교수가 직접 설립ㆍ운영하는 실험실 벤처는 22개로 집계된다. 실험실 벤처가 개발한 원천기술은 직접 제품으로 상용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부 벤처기업이 원천기술을 사들이기도 한다. 지난 5월 신창수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가 이끄는 ‘신스이미징테크놀로지’는 6년간 35~50만달러를 받고 ‘3차원지하구조영상화기술’을 미국의 한 석유탐사업체에 판매했다. 박재홍 교수(전기공학부)가 창업했던 ‘나노트로닉스’는 지난 3월 파키스탄 통신업체인 PTCL사에 자체 개발한 초정밀 측정 계측장비 200대를 약 6억원에 판매했다.

산학협력재단(재단) 사무운영본부장 김현중 교수(산림과학부)는 “실험실 벤처는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 얻게 된 기술적 노하우와 더불어 고급 기술인력과 인프라 등 월등한 운영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 벤처기업보다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실험실 벤처 수익, 대학으로의 귀속 저조
그러나 현행 규정상 실험실 벤처의 수익이 곧 서울대 재정 확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현중 교수는 “실험실 벤처의 원천기술 개발도 서울대의 인력, 인프라를 사용하므로 직무발명에 속한다”며 “실험실 벤처의 수익 가운데 일부를 대학재정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교수ㆍ연구원이 발명한 기술은 성질상 업무범위에 속해 대학의 직무발명에 해당하므로, 발생하는 수익은 대학과 발명자가 공동으로 배분하게 돼있다.

이에 대해 실험실 벤처를 이끄는 교수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네오폴리’ 대표 주승기 교수(재료공학부)는 “실험실 벤처가 실패한 경우에는 무관심하면서 성공한 경우에만 수익에 관한 권리를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실험실 벤처를 이끄는 한 교수도 “일단 실험실 벤처가 활발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대학재정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선 교수는 “그동안 서울대가 실험실 벤처를 지원할 만한 여력이 없었던 탓에 실험실 벤처의 수익을 재정으로 끌어오지 못했다”며 “앞으로 재단 규정을 마련해 지원을 대폭 강화함과 동시에 수익의 일부분도 대학재정으로 귀속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결고리 미비한 서울대 창업보육센터들
서울대 실험실 벤처는 연구공원창업보육센터, 신기술창업네트워크, 유전공학특화창업보육센터, 농생명과학창업보육센터, 의생명과학보육센터 등 5개의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운영된다. 재단 산하 창업지원본부가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창업보육센터들은 실험실 벤처와 입주기업을 각 분야별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창업보육센터들이 분산돼 있어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다. 주승기 교수는 “전공별로 나눠진 창업보육센터들 간에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지금의 분산된 구조가 생겼다”며 “창업보육센터들이 통합돼 전체 분야에 균형적으로 투자해야 서울대의 모든 실험실 벤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중 교수는 “창업보육센터들을 물리적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보다는 각 분야별 창업보육센터와 실험실 벤처가 직접 연계돼야 수월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다만 창업지원본부, 창업보육센터, 실험실 벤처 간에 활발한 네트워크가 필요해 지금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 실험실 벤처의 향후 동향
연구처는 지난 9월부터 실험실 벤처와 창업보육센터를 둘러싼 현안들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대정책용역과제수행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재단 설립에 참여했고 지난 9월까지 재단과 연구처에서 지적재산권을 담당했던 자연대 소병우 주무관은 “오는 12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실험실 벤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창업보육센터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실 벤처와 창업보육센터의 향후 방향에 대해 강경선 교수는 “5년 뒤에는 SNU프리시젼과 같은 실험실 벤처의 수익모델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학문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원천기술의 실용화 단계로 변화하는 지금의 ‘과도기’를 거치면 실험실 벤처가 대학재정을 확충하는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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