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민 장애인권연대사업팀(화학부ㆍ04)

계단식 대형 강의실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학우를 본 적이 있는가? 본 적이 있다면 아마 맨 앞자리에서 고개를 45도쯤 들고 교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거나, 맨 뒷자리에서 눈을 찡그려가며 교수님 판서를 힘겹게 쳐다보는 모습일 것이다. 당신이 앞, 중간, 뒤 어디든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에서 그 또는 그녀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에는 수 많은 대형강의실이 있다. 어떤 강의실은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이뤄진 건물에 있기도 하고, 어떤 강의실은 맨 뒷좌석이나 맨 앞좌석에만 접근 가능하다. 이러한 강의실 접근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인 해결책은 접근이 가능한 강의실로의 우선배정이나 강의실 변경이다. 그러나 이는 교수 또는 학과(부) 행정실의 편의나 비장애학생들의 ‘선의의 피해’를 들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또 수강신청 변경 전에 변경 요청을 하면 인원이 맞는 대형 강의실이 없고, 수강신청 변경 후에 변경 요청을 하면 수강신청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강의실을 변경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이에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은 강의실 변경제도의 강제화와 서울대내 지체장애학생이 접근하기 힘든 대형강의실의 개보수를 본격적으로 본부에 요구하기 전에, 학우들의 동의를 위해 강의실 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도 여러분은 ‘휠체어 탄 곰돌이도 수업을 듣고 싶다’는 피켓을 든 곰인형을 계단식 대형강의실의 안팎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퍼포먼스는 장애학생도 그 또는 그녀들이 원하는 좌석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관악에서 무화(無化)되었던 장애학생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체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앞, 중간, 뒤 자신이 원하는 좌석에서 강의를 들을 권리가 있다. 우선 유명무실한 강의실 변경 제도는 강제화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서울대 내의 대형강의실을 장애학생이 접근 가능한 강의실로 개/보수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비장애학생에게 ‘선의의 피해’를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강의실에 접근할 수 없어 수업을 듣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장애학생의 입장이 먼저 고려돼야 하지 않겠는가.

대형강의실의 안팎에서 곰인형은 ‘수업을 듣고 싶다’고 소리없이 외치고 있다. 수업을 들을 권리는 곰인형에게도, 장애학생에게도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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