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초청 특별강연회

와다 하루키
(和田春樹, 1938~)

동북아 근·현대사 분야의 석학. 러시아 관련 저서로 『마르크스, 엥겔스와 혁명러시아』(1975),『북방영토문제를 생각한다』(1990) 등이 있으며, 한국에는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1992), 『한국전쟁』(1995)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8년 동경대에서 퇴임한 후 ‘북·일국교촉진국민협회’,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등을 이끌면서 북한문제와 한일관계 관련 사회활동을 계속해왔다.


지난 4일(화) 문화관 국제세미나실에서 통일포럼 주최로 와다 하루키 교수(도쿄대·명예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동아시아 질서와 한국, 일본의 민족주의’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와다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 형성의 역사를 개괄하고, 장래 동북아 지역 공동체 확립의 바탕이 될 한·중·일 3국 간 민족주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와다 교수는 우선 “6자회담 최종합의문에서 6개국은 평화와 신뢰의 동북아시아 구성을 목표로 삼자는 데 합의했다”며 동북아의 현 정세를 진단했다. 또 1967년 이후 동남아 지역 협력 과정, 1997년 ‘ASEAN+3’(동남아시아국가 연합+한·중·일) 수뇌회담에서 제기된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 논의 등을 되짚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제안한 ‘동북아 공동의 집’(남·북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로 구성된 동북아 6개국 공동체),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 동북아균형자론’ 등을 언급하며 “동북아 지역 협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위해서는 긴밀한 한·중·일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일본을 향한 한국과 중국 민족주의의 핵심은 식민지 지배,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과거 역사에서 기인한 반일·항일 이데올로기다. 이에 대해 와다 교수는 “한국과 중국 민족주의의 중요한 역할은 일본의 과거를 비판하고 반성 및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이 ‘자기부정’을 하도록 몰아가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김지하 시인이 「3월 1일 일본 민중에게 드리는 제안」이라는 글에서 “일본 민족은 우리 민족을 금수와 같이 침략, 억압, 착취해왔다. 앞으로 한국인은 자기를 긍정해가고, 일본인은 자기를 부정해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을 예로 들었다. 와다 교수는 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며 “어떠한 민족의 경우에도 자기부정을 해서는 건전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의 민족주의도 자기부정으로 흘러서는 안되며 한국과 일본은 각국의 민족적 자존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에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자학 사관’이라 부정하면서 최근 후소사 국사 교과서 집필을 선도한 ‘우파’ 민족주의와 사회당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적 팽창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혁신적’ 민족주의가 병존하고 있다. 와다 교수는 “일본의 민족주의는 통일돼 있지 않은 ‘모라토리엄’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할수록 일본 내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정치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획득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한·중·일 민족주의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민족주의 연대란 ‘민족 간에 자부심을 가지고 협력해가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강연이 끝난 후 “그의 생각을 한·일 문제에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며 “와다 교수는 동북아시아 공동체 설립을 위한 국가간 연대의 기초적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강연을 들은 안정진씨(언어학과·98)는 “수업 시간에 와다 교수의 논문을 참고해 발표를 한 적이 있다”며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직접 듣게 돼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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