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더 활기차게 만들 젊은 열정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에는 잠이 더 달게 마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거라는 설렘은 달콤한 아침잠도 잊게 한다.

비가 내리던 지난 7일(금) 아침 백주영 교수를 만났다. 지난 1일 음대 기악과 교수로 임용돼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에서 강의하게 된 백 교수는 여섯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세계적 바이올린 대회에 입상하면서 차세대 바이올린 연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1995년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1996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입상, 1997년 동아 국제음악 콩쿠르 1위, 1998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입상, 2000년 뉴욕 ‘영 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 우승 등이 백 교수의 수상 경력이다.

“비가 와서 도로가 막혔어요. 정말 미안해요.” 연구실 앞에서 조금 기다리자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을 한 백 교수가 나타났다. 연구실은 아직 가구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다. 동행한 사진기자를 보고 “입술 위에 난 뾰루지 나중에 포토샵 처리해 달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서 세대 차이 없는 ‘젊은’ 교수(29세)의 친근함이 느껴진다.

“음악은 일상생활의 일부에요. 지금도 음악이 없으니 얼마나 썰렁한가요? 그래도 빗소리가 있어서 좀 낫네요.” 20여년을 음악과 함께 한 백 교수는 ‘음악은 공통된 언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로는 브람스를 꼽았다. 화려하게 드러내기보다 내면으로 절제된 음악이 매력적이면서, 결코 표현이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교수로 나선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지금까지도 다른 활동과 연주 활동을 병행해 왔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연주자로서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지만 알고 있는 연주법들을 한국 학생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연주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곡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 더욱 중요하다. 내 역할은 학생이 좀 더 자주적으로 곡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수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음대 학생들에게 “대학 입시에 시달리다보니 정작 대학에서는 노력을 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서울대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노력해 주길 바란다”는 애정 어린 충고를 잊지않았다. 덧붙여 그는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기사로 다룰 만큼 29세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쟁쟁한 경쟁자 6명을 물리치고 임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이나 사람들이 백 교수에 대해서 느끼는 화려함은 겉모습에 불과하다. 인터뷰를 통해 전해오는 음악과 삶에 대한 그의 젊은 열정은 그의 말처럼 서울대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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