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석 경제학부ㆍ04

민주주의는 왜 성립되었는가? 전제권력의 폭정 아래서 피해를 당하는 국민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그 악의 근원인 무절제한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생회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에 충실한가?

학생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학생회는 학교가 설립되면서부터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다. 학생회는 성립 당시 사회운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구시대의 역사적 산물이고, 그 구성은 구소련의 체제처럼 예산이나 사업 집행 등의 모든 기능이 한 곳으로 집중돼 있다. 일반 학우들이 느끼는 민주주의의 모습은 단지 총학생회장을 선거로 선출한다는 것밖에 찾아볼 수 없다. 전제군주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나, 선거를 통해 뽑힌 집단이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과 다른 점이 없다. 오히려 선거를 거친다는 민주주의의 형식적 측면이 그러한 권력남용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학생회 측에서는 다양한 소통창구가 있다고 항변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가 잘못돼 있다면 그러한 자잘한 소통창구를 통해서 일반 학우들이 문제점에 다가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학생회목에방울달기’는 총학생회에 감사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학생회에도 권력남용을 방지할 기구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능적 권력, 즉 재정과 공간의 물질적인 독점은 학생회를 학생들의 현실과 거리를 두게 만들고, 단순히 사회운동주체들의 버팀목 역할만을 담당하게 만든 측면이 다분하다. 지금의 학생회는 자치단위가 공존하는 형식이 아니라 독점적 권력이 지배하는 구조일 뿐이다.

외부로의 투쟁을 외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는가? 자신들의 민주화가 우선되지 않은 채 사회에 대한 주장만을 외치는 것은 허망한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생회비 토론회에서도 ‘시간상 이유’로 토론이 시작하자마자 빠져나가는 학생회가 자발적으로 뭔가 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더 민주적인 학생사회를 위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민중해방의 불꽃’이라는 학생회를 향해 일부 학생들이 무소불위의 학생회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현재의 상황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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