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지난 9월 21일(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은 ‘서울대설치령폐지촉구결의안(결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노동당은 ‘서울대설치령’ 폐지 이후 ‘국립대학설치법’을 발의해 ▲국립대 통합 입학전형 실시 ▲국립대 간 학생, 교직원 교류 ▲교육환경 상향평준화 ▲공동학위 부여 ▲국ㆍ공립대 신설 및 사립대의 국공립대 전환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설치령 폐지는 정부가 서울대를 세계 일류 대학 수준으로 육성ㆍ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꺾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결의안은 입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서울대설치령을 폐지할 수 있는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교육부도 입법기관에서 결정한 내용이라면 서울대설치령 폐지요구를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서울대설치령(설치령) 폐지를 제안한 배경과 폐지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울대설치령은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에 행정 입법으로 만들어졌다. 설치령에 따르면 서울대는 부총장을 두 명 두고, 서울대 직원이나 정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있다. 이는 서울대를 특별대우해 준 것이다. 서울대만 가지고 있던 설치령을 폐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설치령 폐지를 통해 서울대의 특권 의식을 없애고 국ㆍ공립대를 통ㆍ폐합해야 한다.

◆ 지난달 21일 발의한 ‘설치령 폐지 촉구 결의안’은 국회에서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 안에서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결의안에 대해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특별히 설치령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국립대 특수 법인화와 같은 대안이 나오면 자동으로 폐지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다.

◆ 설치령 폐지 이후 민주노동당(민노당)은 ‘국립대학설치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민노당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국ㆍ공립대통합네트워크안’으로 보이는데, 국가 주도의 엘리트 대학이 존재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엘리트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갗가 매우 중요하다. 각 지방 국ㆍ공립대학은 지방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재들을 선발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고, 서울대는 연구기관으로서 다른 국립대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 국ㆍ공립대통합네트워크안은 우선 국ㆍ공립대에 대한 전체적인 지원을 늘리고, 모든 국ㆍ공립대에 균등한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서울대가 국가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유는 복합적이다. 재정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만 관심을 두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서울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05년 수시모집 결과를 보면 외국어고나 특수목적고 학생들,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은 강남권 학생들이 많다.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우수 학생들을 뽑아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 서울대, 삼성, 강남 등 기득권 계층이 공격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재벌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는지의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결과인데도 재벌가에서 재산을 세습하고 상속하며 탈세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재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은데다 사회에 기여할 때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도 이러한 재벌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공격 받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데 힘쓰기보다는 계속 그 권력을 유지하면서 서로 주고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 서울대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

대학에서 교수들은 학생들이 어떤 삶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가치를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지만 이제 물자는 흔해지지 않았나. 굳이 높은 연봉을 받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교수와 학생이 함께 토론하는 서울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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