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의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생협 집행이사)
이봉의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생협 집행이사)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서울대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1975년 ‘서울대 소비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1999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현재의 생협으로 전환됐다. 그간 생협의 목적과 역할, 생협과 조합원 및 구성원의 관계에 관해 이해가 부족한 상태였다. 이제 소비자조합으로서 생협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변화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릇 소비자조합이란 일차적으로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설립된 자치조직이다. 그런데 생협은 오랫동안 조합원을 열심히 확보할 유인이 없었고, 조합원의 복지를 위한 혜택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과거 적잖은 수익을 올리던 때에도 조합원에게 배당한 적이 없다. 기껏해야 느티나무 카페나 문구류 등에 한해 체감하기 힘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학생 식당도 예외가 아니다. 조합원보다는 서울대 구성원 전체의 복지를 염두에 둔 결과이기도 하며, 이것이 다른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현재 생협은 여러모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법인화 이후 재정 여건이 어려워진 본부는 생협에 대한 지원을 어떤 형태로든 줄여나갈 것이고, 생협이 외부업체에 위탁해온 매장 공간은 순차적으로 본부에 반납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식당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파업이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보수나 근로조건이 꾸준히 나아지기는 했으나 지속된 적자구조 속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일 리 없다. 식당 신규채용에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촉발된 비대면의 일상화는 매점과 카페의 영업에도 직격탄이 됐다. 노조가 생협 근로자의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도 그에 따른 불안감의 표출이다. 여기서 생협의 발전 및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몇 가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조합원이 자금을 출연함과 동시에 조합원이 생협의 운영에도 참여하면서, 사업을 합리화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적자를 보는 조합은 조합원이나 사회에 폐해를 줄뿐이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이해관계 대립이 아니라 경제적 동일체라는 인식 하에 일정 부분 비용분담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생협 스스로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영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조건임은 물론이다.

둘째, 생협 정관에 의하면 생협은 조합원의 이익뿐 아니라 서울대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관해 본부와 생협이 공동으로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생협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경우에 중장기적으로 본부에도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미흡한 구성원 복지 수준을 본부의 인력과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생협을 통해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생협이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정착시킴으로써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은 서울대의 중요한 사회적 기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생협이 기초체력을 다지기까지 본부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불가피하다. 생협에 대한 임차료 감면, 만성적자인 식당 운영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생협 근로자를 서울대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재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구성원 또한 합리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 단가인상이나 일부 매장의 구조개편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생협의 경영혁신 및 자구노력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구성원의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다가오는 2022년이 생협 변화의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서 서울대 생협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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