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하 객원연구원(노사관계연구소)
양유하 객원연구원(노사관계연구소)

창의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냐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뭔가 기발한 것, 일반적인 틀을 깬 형식이나 규칙을 주로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속옷을 겉에 입은 슈퍼맨, 계란이 없는 간장계란밥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대체 계란이 없는 간장계란밥이라니, 그건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반사회적이라고 비난을 했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남들이 하지 않는 대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창의적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니 비난보다는 칭찬할 일이었던 것 같다.

창의성은 하버드대 아마빌레 교수가 제시한 1983년 이래 오랜 시간 연구돼온, 앞으로도 당분간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 주제일 것으로 보이는 개념이다. 40살에 육박한 창의성이 아직도 관심을 받는 것은 AI가 뉴스 기사 작성에서부터 백신 개발까지 인간의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는 이 상황에서 체력, 성실성, 분석력 등 모든 면이 뒤처지는 인간의 설 자리를 구제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창의성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창의성이란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나 제품을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너무나 독창적인 생각도 실제적인 쓸모가 없다면 창의적이라 하지 않고, 기존 프로세스를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디어도 예전 아이디어들과 다름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면이 없다면, ‘좋은’ 아이디어라 부를지언정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요즘같이 기술의 변화 속도나 소비자의 취향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기업이 너나할 것 없이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다고 외치는 것도, 기존 인원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되, 조직 성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성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구글의 입사 시험은 창의성에 집중돼있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삼성에서도 응시자의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입사 시험에 포함시켜, 2020년 입사 시험에서는 비 온 다음 날 비 올 확률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취준생도 창의성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들까지도 창의적인 자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는 창의력 학원도 있는 현실이다. 

그럼 창의성을 계발하려면 창의성 학원에 가면 될까? 그런 학원들의 유용성은 잘 모르겠지만, 논문을 뒤적여보면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증명된 개인적 요인에는 개방성, 자신감 등의 성격 요인과, 내적 동기부여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그런데, 학력이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존의 연구와 사례들을 깊이 파기보다는 기존 지식과 이론을 배제하고 방구석에서 골똘히 생각하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현실적 창의성은 탄탄하게 기존 기술과 지식을 익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지어 새로운 것을 항상 시도하는 예술가들도 기본기를 충실히 다진 다음에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이자 창의적이고 실험적 예술가로 유명한 피카소의 초기작이 전통적인 미술사조의 기법들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창의적 인재가 되고자 한다면, 내가 창의적이고자 하는 분야의 지식을 일단 충실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식 집약적 산업이나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전공에 따라 대학 4년 동안 기존 지식을 최대한 습득하고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혹은 박사 공부까지 하는 것이 모두 이런 과정의 일환이다. 

대학에서 하루하루 수업을 들으며 쌓이는 전공 지식들은 결국 학생들이 전공 분야에서 창의적 인재가 되게 해줄 밑바탕이 될 것이다. 요즘 창의성이 ‘엉뚱한 것’으로 오해받다 보니, 가볍고 기발하기만 한 콘텐츠가 창의적이라고 인정받는 반지성사회가 유도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창의성은 기존 지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성찰을 토대로 새로움과 유용성을 모두 갖췄을 때 완성된다. 또한 창의적 인재는 기존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계발해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창의적인 방법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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