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공연예술계의 변화를 담은 KOPIS 콘퍼런스

지난 10일(수) 오후 2시, 문화체육관광부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변화하는 문화산업과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2021 공연전산망 KOPIS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해당 행사는 공연예술 관련 데이터 분석과 연사 강연의 두 부분으로 이뤄졌으며, 사전녹화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학신문』은 가속화된 디지털화와 MZ세대의 영향력 증대가 공연예술계에 일으킨 변화를 알아보고자 2021 공연전산망 KOPIS 콘퍼런스를 취재했다.

 

◇공연예술계의 동향을 분석하는 빅데이터=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은 입장권 예매 및 취소 정보를 집계해 정확한 공연 정보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공연 시장의 투명성 제고 및 기초 데이터 활용을 통해 공연 산업의 발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5년 4월에 본격적으로 개시된 KOPIS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확한 정보 공개를 위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운영해야 한다는 공연법 제4조에 의거해 운영된다. 

1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차경천 교수(동아대 경영학과)는 2019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공연전산망에 집계된 공연수·예매수·매출액 데이터를 장르별로 분석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계의 실상을 통계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KOPIS에 데이터가 더 축적된 뒤 분석을 진행한다면 지속적으로 시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스템이 공연예술 시장 분석의 근간이 돼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디지털로 변화하는 공연예술업계=행사 2막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등장해 공연예술계의 변화 및 이를 가속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짚었다. HK&Company 강형근 대표는 강연을 통해 디지털화에 따른 기업의 변화 양상을 짚었다. 그는 온라인 판매가 1% 증가할 때마다 10,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진다는 미국 리테일 협회의 통계를 근거로 “이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필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대표는 MZ세대 소비자가 예술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소액 틈새투자에 관심이 많고 재미와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펀슈머’(Funsumer)적 특성을 가진 MZ세대를 ‘NFT*·메타버스의 예술계에 열광하는 세대’라고 규정하며 이에 발맞춘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메타버스인 제페토(Zepeto)에 나이키·구찌·랄프로렌·디올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한 것과 같이 패션 유통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강 대표는 미국 음악 산업에 활용되며 최신 예술로 급부상하고 있는 NFT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며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가상이 예술의 핵심 트렌드가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연예술 역시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의 길목에 서있다. 작년 10월, 방탄소년단의 ‘BTS MAP OF THE SOUL ON:E’ 온라인 콘서트는 증강현실(AR)·확장현실(XR)을 이용해 전세계 100만 관객을 상대로 약 5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브이튜버(Virtual Youtuber)의 부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하며, 지난 7월 일본에서 개최된 브이튜버의 실시간 AR 라이브 공연 ‘LIGHT UP TONES’를 소개하기도 했다.

 

◇성장하고 변화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구글코리아 김태원 전무는 현 시대를 ‘시간을 돌려받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술을 이용해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즐거움을 위해 쓰면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전무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시장이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시간을 쓰는 곳이 시장”이라며 “데이터·인공지능·디지털 등의 기술이 시장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형근 대표는 이처럼 기술과 융합된 예술시장을 ‘테크테인먼트’(Tech-Tainment)로 정의했다. 이제 예술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겨냥한 융합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며, 예술계 종사자 역시 신기술·플랫폼·빅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테크테인먼트의 장점으로 빠른 세계 시장 진출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 회사를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라며 “기술의 혁신으로 인한 ‘빅블러’(Big Blur)* 시대에 테크테인먼트가 공연예술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 공연전산망 KOPIS 콘퍼런스는 디지털화라는 시대의 변화를 포착해 이를 토대로 공연예술계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남겼다. 예술은 더 이상 예술가만의 영역이 아니며, 기술 역시 과학자만의 세상이 아니다. 예술가가 기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작품을 빛낼 매개체를 모색해야만 하는 테크테인먼트 시대가 도래했다.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상자산으로,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빅블러(Big Blur): 빠른 변화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등장하며 가속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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