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된 ‘석탄에서 청정으로의 전환 선언’(탈석탄 선언)에 한국이 공식 서명했다. 주요 경제국은 2030년대, 그 외 국가는 204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점진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의 탈석탄 선언에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46개국이 서명했으나, 선언의 강제력이 없는데다 석탄 발전으로 인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인도, 미국, 일본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이 불참하며 실질적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주요 경제국이 대거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은 한국이 합의에 서명한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서명과 별개로 정부가 실제로 ‘2030년대 탈석탄’을 이행할 의지나 현실적 계획을 갖고 있는지 미지수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일 COP 특별정상회의 연설에서 제시한 석탄발전 중단 시기는 2050년인데, 불과 3일 뒤 한국은 2030년대 석탄발전 중단을 주요 취지로 하는 선언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합의문에 2030년대라는 구체적 시점 외에 ‘그 이후 가능한 한 빨리’라는 유보 조항이 있다”라며 “탈석탄 가속화라는 방향에 동의한 것일 뿐 2030년대에 석탄 발전을 중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국 2030년대 탈석탄’이라는 이번 합의의 취지를 유보 조항을 이용해 무력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 서명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환경부 등 연관 부처가 보인 혼선은 신중한 검토와 청사진이 없이 성급하게 합의에 서명했다는 의심을 낳는다. 

주요 경제국들이 이번 탈석탄 합의에 불참한 배경에는 2030년 탈석탄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일본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합의에 불참했다. 석탄 발전 비중이 35.6%에 달하며 오는 2023년까지 4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가동에 돌입하는 한국 역시 현실성을 고려한 탈석탄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염려되는 것은 탈원전과 탈석탄을 병행한다는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 30% 달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국토와 자연적 이점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미국과 유럽과는 국내 상황이 다르고, 전력 부족 시 인접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방안도 없어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게다가 2030년 전력 수요가 2020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전망으로, 발전 용량 증설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력 수급 불안정과 전력 요금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경청해 탈석탄 계획에 있어 신중하고 현실적인 로드맵 제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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