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간의 천막농성도 마무리

임금 협약 조인하며 갈등 일단락

단일호봉제는 생협 본부에서 거부

내년까지 협의체 구성해 추가 논의

생협 노동자 식사 질 개선

2개월여에 걸친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본부와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의 갈등이 지난 11일(목) 임금 협약 조인식을 맺으며 일단락됐다. 지난 9월 조정 결렬 이후 대학노조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 천막 농성, 부분 및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갈등이 길어질 무렵 양측은 합의를 위해 수차례 실무 교섭을 가졌다. 실무교섭에서 합의의 윤곽이 조금씩 잡혔고, 이후 대학노조가 이사장 면담을 요청하면서 집행이사 면담(10월 27일)과 생협 이사장 면담(10월 29일)도 진행됐다. 결국 11일에 임금 협약 조인을 맺으며 길었던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생협 본부-대학노조 갈등의 주요 쟁점은 △호봉제 개선(단일호봉제) △식사 질 개선 △명절휴가비 인상 등이었다.(『대학신문』 2021년 10월 11일 자) 이번 조인에서 양측은 임금 개선에 대해 2021년 9월부터 기본급 정액 4만 2천 원을 인상해 소급 적용하고, 10월분 임금은 여기에 다시 3만 4천 원을 더해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즉, 기본급 7만 6천 원이 인상되는 셈이다. 대학노조 이창수 부지부장은 “이번 합의로 급여가 인상되긴 했지만, 내년 기준 최저임금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학노조에서 강력히 요구했던 단일호봉제는 생협 본부가 거부해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115단계의 현행 임금 체계 △근속 △승진 지연에 대한 문제점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년 2월 28일까지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만약 내년 협의체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시 내년 1월분 임금부터 개편된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이 소급 적용된다.

11일 임금협상 조인식을 끝으로 47일간의 천막농성이 종료됐다. (사진 제공: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
11일 임금협상 조인식을 끝으로 47일간의 천막농성이 종료됐다. (사진 제공: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

 

생협 학식 노동자들이 수량 제한이 있는 메뉴를 제공받지 못해 논란이 있었던 식사의 질 문제도 생협 노동자 모두에게 온전한 식사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선될 예정이다. 대학노조는 당초 생협 학식 노동자와 판매원에게 8만 원가량의 식권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식사를 현물로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중식부터 수량 제한이 있는 메뉴도 제공되며, 메뉴 선택도 가능해졌다. 더불어 이번 달 급여부터 식당조리원은 월급에 위험수당 5만 원을, 카페에서 서빙하는 판매원은 위험수당 3만 원을 추가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다만 명절 휴가비를 기존 월 기본급의 15%에서 30%로 인상해야 한다는 대학노조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 대해 이창수 부지부장은 “여전히 노동 강도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고, 노동환경이 열악해 신규 직원 채용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점진적으로나마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협 직영화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학과·18)는 “이번 임금협상 타결을 통해 노동자들이 소중한 성과를 거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앞으로 4개월간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협의가 잘 이뤄져 불합리한 임금체계가 개선되는지 제대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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