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채영(생명과학부·20)
오채영(생명과학부·20)

먹을 것에 대한 사치와 욕심을 버려본 경험이 있다. 나는 3, 4년 전만 해도 거의 매일 저녁 외식을 했고 매주 서너 번은 과식을 했다. 그러다 급성 위염까지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다이어트 식단과 비슷한 담백하고 양 적은 식사를 즐기고 있다. 양념이 없고 채소가 많고 칼로리는 적다. 많은 사람이 내 식생활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묻지만 이렇게 식생활을 바꾸고 나서 내 삶은 행복해졌다. 위장에 탈이 없어졌고 몸의 컨디션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외식이 줄어드니 돈도 절약된다. 무엇보다 나는 억지로 이런 식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매끼 먹는 게 즐겁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이전에 갖고 있던 음식에 대한 욕구가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이후 ‘이 욕구가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활의 다른 영역에서도 물어보게 됐다. 그리고 중학생 때부터 내 오랜 꿈이던 ‘부자 되기’를 포기했다. 나는 학창 시절 돈을 잘 벌고 싶었고 이를 위해 내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젊은 지금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며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게 싫어졌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도 바뀌었다. 돈을 쓰며 호화롭게 살아가는 것 말고, 소탈하게 사는 쪽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등바등 성공이나 출세에 목매며 살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 돈을 쓰고 싶다는 욕구도 실제로는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글라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돈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자본주의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잘 굴러가고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성장을 향한 우리의 욕구와 돈을 써야 행복하다는 인식이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인식을 버려도 괜찮을 수 있다. 내가 먹는 것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게다가 자본주의의 여러 부작용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빈부격차, 성장에 대한 강박, 모든 가치를 돈으로 판단하는 사고방식, 이윤을 위해 자연과 약자를 착취하고 오염물질을 대충 배출하는 행동, 소비를 늘리고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늘리는 생활. 이런 문제를 낳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나는 회의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경제적 가치를 대체할 대안적 가치, 모두의 행복에 조금 더 가까운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통해 돈뿐 아니라 여가와 취미도 챙기려는 사람들, 물건을 사거나 소유하는 소비보다 빌리거나 경험하는 소비를 찾는 사람들, 직거래·중고거래 등 시장이나 돈을 매개로 하지 않고 경제 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미니멀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DIY와 같이 대안을 찾고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소유보다 경험과 즐김을, 시장에서 돈으로 매겨지는 가치가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는 가치를 더 행복하고 소중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체제 이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자본주의 안에서 세뇌됐던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대안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대안으로 나아가며 행복이나 불평등 같은 개인적·사회적 문제는 물론 환경도 지킬 수 있으리라 본다. 자본주의가 그 원인이라서라기보다는 대안으로 나아가며 사람들의 가치관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향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자본주의를 벗어나서도 살아갈 방법이 존재하고,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대안을 알고 이전보다 행복해졌다. 그래서 당신도 자본주의 속에서 힘겨움을 느낄 때, 여러 선택지 중에서 자신에게 더 행복한 쪽을 택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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