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대 총학생회(총학) 5차 재선거에 선거운동본부(선본) 「자정」이 단독 출마했다. 이에 따라 본투표가 지난 15일(월)부터 18일까지 진행됐으며, 본투표 결과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19일부터 오늘까지 연장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재선거에 출마한 선본 「자정」이 당선된다면, 약 2년의 공백을 깨고 총학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사회에서는 총학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증가하며 ‘총학 무용론’이라는 말까지 제기됐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병으로 학생사회가 침체된 것과 더불어 그동안 일부 학생 대표자가 보였던 실망스러운 모습의 영향도 있었다. 이에 지난 3월에 진행된 4차 재선거에서는 선본 「퍼즐」에 대한 유효 투표율이 정족수 기준 50%를 넘지 못하며 무산되기도 했다. (『대학신문』 2021년 4월 5일 자)

약 2년간 총학의 부재로 단과대 학생회장이 돌아가며 연석회의를 운영했고, 대면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총학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던 와중, 선본 「자정」이 이번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정후보가 총학생회선거관리위원장 시절, 현 사회대 학생회인 「Homie」의 선본 출마 당시 징계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투표를 목전에 두고 부후보의 사생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학내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두 후보자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표하며, 커뮤니티 전반에서 후보자 개인에 초점 맞춰진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에 비교적 선본 「자정」이 제시한 공약에 대한 논의는 가려졌다.

서울대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논의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선본 「자정」이 제시한 공약과 기조에 대해 얼마나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후보자 개인에게만 쏠렸고, 이에 따라 선본 「자정」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와 학내 현안 논의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선본 「자정」 역시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후보자 개인 논란에 대한 질문은 지난 9일 있었던 공동정책간담회까지 흘러들었다. 이로써 정책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과 익명 커뮤니티가 가지는 토론문화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이처럼 정책 논의 부족과 익명 커뮤니티 중심의 격렬한 토론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공적인 논의 자리가 더 필요하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논란이 생기면 이에 대해 자유롭게 질의응답 할 수 있는 자리, 학내 현안과 정책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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