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현재 대통령선거(대선)는 만 40세,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와 지방선거는 만 25세 이상으로 규정된 피선거권 법률을 개정해 적게는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야가 호응하며 대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청년들이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데 있어 법적인 걸림돌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이것이 곧 청년 정치 참여 증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피선거권 연령 규정은 해외 선진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 불합리하게 높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만 35세, 연방 상원의원은 만 30세, 연방 하원의원은 만 25세 이상으로 직책별로 차등을 둬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연방 대통령은 만 40세, 나머지 선거에서는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을 둔다.

이렇듯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종류에 따라 피선거권 연령에 차등을 둔 것은 직책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간과하고 피선거권을 일괄적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 일정을 고려해도, 지방선거는 내년 6월로 상대적으로 임박한 반면 총선은 2024년 4월에 가서야 열린다. 따라서 피선거권 연령 하향 논의가 모든 종류의 선거에서 시급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국민적 요구라면, 우선 지방선거의 피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를 따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 연령은 현재 만 25세로 규정돼있지만, 제21대 국회의원 295명 중 30세 미만 국회의원은 한 명에 불과하다. 30대 연령까지 포함해도 11명에 그친다. 이는 청년 정치인이 국회나 지방의회 등 정치 무대로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나이에 따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청년의 정치 진출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선거 비용이다. 정계 진출에 도전하는 신인 정치인이나 군소 정당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현행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공직선거법의 구조하에서 청년 정치인 지망생들이 선거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거대 정당에서 인재 영입 형식으로 지원을 받아 공천을 받는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면, 청년 정치인이 당내 후보 등록과 경선을 거쳐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청년 정치 진출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규정을 손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불합리한 기탁금 제도와 당내 경선 비용을 예비후보자에게 전가하는 정당 문화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지방의회 출마자가 선거비용의 50%를 지역 주민으로부터 후원받을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반짝 제안’이 아니라, 청년의 정치 참여 증대를 위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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