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6천원, 147쪽
「시간언덕」, 「오래전에 어떤 왕이 죽었다」 등에서 그녀는 유적 발굴 중 지층이 함축하는 몇 백 년의 역사와, 그 역사의 순환을 본다. 그것은 전쟁, 살육, 파괴의 순환이며 남성 중심적 역사의 순환이다.
그녀의 시에서 ‘해’는 남성성을, ‘달’은 여성성을 상징한다.「해는 우리를 향하여」에서 작열하는 ‘해’는 군대의 진격이자 지상을 지배하는 식민 권력이다. 이 때 폐허가 된 지상을 온기로 품는 것은 ‘달’. 「달 내음」에서 낮 동안 ‘자진자진 햇살엷 말라버린 세상은 밤이 되어 ‘달’이 품은 여성성에 위로받는다.
“비관적인 세계 전망의 끝에 도사리고 있는 나지막한 희망, 그 희망을 그대에게 보낸다.” 시에 담긴 그녀의 메시지다.
민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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