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민(경영학과)
고승민(경영학과)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글을 쓰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할 일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이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에 그날 첫 기차를 타고 내려온 고향에서 제가 할 일은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고향에 내려온 이후로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셔서 결국 책도 읽지 않고, 글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짧았던 귀향을 돌이켜보며 소감을 쓰려고 해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란 술과 잦은 실패에 대한 것 외에는 없습니다. 하여 조금 더 돌이켜봅니다.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고 왔습니다. 스쿠터 한 대를 빌려, 해안 도로를 털털 돌아다니며, 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뒤섞여 자며, 매일 카페를 전전하며 안 나오는 한 글자를 찾아 책을 읽고 그걸 쥐어 짜며 글을 쓰려 했습니다. 물론 책도 읽지 않고, 글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여행 내내 쉬지 않고 술을 마셨습니다(운전에 영향이 가지 않게).

잘난 척을 하고 싶어 기억을 몇 차례고 더 과거로 되돌려 톺아보아도 술을 마시거나, 글이 안 써지거나 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한량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것 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최근입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글쓰기가 더 좋아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글쓰기로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싶다는 꿈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만 요즘에는 그 감정들에 순정이 더해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고 물으신다면 저도 할 말이 없어 조금 난감하긴 합니다. 다만 항상 되뇌이는 말들이 몇 개 있습니다.

Love is the dance of eternity. 

Epoche. 

664162.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고 꼭 해야겠는데 지면은 적으니 곤란한 마음이 듭니다, 설명을 하자면 끝도 없이(사실 말수가 적은 편이라 설명은 금방 끝날 겁니다)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앞으로 짧게 말하고 마무리 짓는 방식을 조금 고민하겠습니다. 

아, 술이나 마시면서 얘기할까요? 술 한잔 마시자고 연락 주시면, 요새는 약도 줄였고 기분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자제하지 않고 고래처럼 술을 마시겠습니다. 누구와도. 정말. 누구와도.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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