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학(기계항공공학부)
이건학(기계항공공학부)

어때? 어떤 느낌이야? 솔직히 말해도 될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좀 말해 봐. 네가 내 뇌를 빨고 핥은 느낌이야. 좀 짜증 나. 그렇다면 성공이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필자가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강점 중 하나는, 주위에서 쏟아지는 이미지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 지금도 여기서 라면에 삼각김밥 먹고 있잖아. 그때마다 테라스 위에 조악하게 걸려 있는, 대체 왜 저딴 식으로 디자인했는지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C U 레 스 토 ㄹ”이라는 저 문구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허름한 편의점과 “레스토랑”의 부조화에서부터 저 근본 없는 글씨체, 형형색색의 배색에 낡아서 떨어진 끝의 “ㅇㅏ”, 그리고 그 안에서 먹는 이 700원짜리 삼각김밥까지, 거를 타선이 없다. 국물이나 버리러 가자. 레스토랑 음식인데 남기지 말고 먹어. 그만하고 따라와, 제발. 

이렇게 매일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없이 많은 이미지와 거기에서 뻗어 나가는 생각들을 곱씹다 보니, 당연한 순서로 이를 나누고 싶어졌다. 묵직한 메시지나 거대한 시대 정신을 전달하기보다는 포착한 이미지와 거기에서 뻗어 나온 여러 생각을 전달하는 소설을 쓰고, 또 읽히고 싶어졌다. “소설? 영화 보듯이 그 분위기를 느끼면서 술술 읽는 걸 좋아해. 세세한 분석까지는 어렵더라.”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필자에게 어울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푸른 목걸이」가 탄생했다. 맨 위에 적은 여덟 문장은, 신도림에 사는 든든한 우군에게 투고 전 글을 보여주고 나눈 대화다. 첫 독자에게 얻은 감상이 “네가 내 뇌를 빨고 핥은 느낌이야.”라면, 적어도 분위기와 이미지만큼은 강렬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뿌듯하고 행복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쓴 미숙하기 짝이 없는 두 편의 소설을 읽고 가작으로 선정해주신 『대학신문』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오랜 욕심이 현실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평온하고 아늑하고 고요한, 제8군단 군사경찰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음 달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될 텐데, 그때 못다 든 축배를 함께 들어줄 소중한 가족과 벗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언젠가 내 손을 꼭 잡고 오래도록 곁을 지켜줄, 푸른 목걸이를 몸 어딘가 찼을 그녀에게 이 글을 바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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