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평론 부문에서 아쉽게도 수상작을 내지 못했는데, 응모작들이 부분적으로 반짝이는 통찰과 재능을 보여주면서도 하나의 평론 작품으로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갖추는 데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응모작이 한 작품에 대한 세밀한 독해의 시도인데, 이러한 시도가 평론으로서 성공하는 것은 평론가의 독자적인 시선과 맥락 설정을 통해 작품의 새로운 차원을 드러내고 현재적 의미화를 이루어내는 한에서다. 충실한 따라 읽기는 글의 길이와 무관하게 작품 리뷰일 뿐이다. 

「호명을 경유한 관계 짓기–황정은의 『연년세세』를 중심으로」는 작가가 인물의 이름을 다루는 낯선 방식에 주목하여 개인과 사회적 관계 사이의 긴장이라는 작품의 주제에 접근한다. 그런 좋은 착안점에도 불구하고, 글은 전체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사랑’이라는 관계의 폭력성 문제를 중심으로 소설 전체의 의미를 지나치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작품을 비평적으로 구성된 논리로 환원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이순일의 삶에서 침묵의 문제와 연관된 몇몇 결정적인 장면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절대 허무의 메시아–최승자 『즐거운 日記』」는 최승자의 시집을 “영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적 주체의 도정으로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평자는 시를 한 구절 한 구절 샅샅이 뜯어보고 시어와 시어 사이의 험난한 협곡을 타고 나아가면서 지난한 독해-탐사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시집 전체가 그렇게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작품은 뒤로 물러나고 시어의 심연을 채워넣는 평론 자체의 서사가 제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로 현실을 울부짖다」는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의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이 영화는 “사회에 만연한 우리 집단과 너네 집단 사이의 경계, 혐오, 인간성 상실”을 보여준다. 세밀한 내용적, 형식적 분석이 설득력을 더해주지만, 결론 자체는 다소 평범하게 느껴진다. 좀비의 상상력이 현실 비판적 의식 속에서 변형된다면, 이 영화를 다른 좀비 영화와의 관계에서 바라볼 때 더 흥미로운 관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변증법이 사라진 시대에서–부재한 소설의 행방을 찾아서」는 작품론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소설 전반에 대한 평자의 비판적 진단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거기서 드러나는 평자의 폭넓은 문학적, 문화적 관심, 명확한 비평적 관점과 비판적 의식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많은 작품들을 한 편의 글에서 훑고 있어서 평론으로서는 빈칸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김태환 교수(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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