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지 기자(사진부)
백수지 기자(사진부)

새로운 과학기술은 사회의 관심을 쉽게 끌곤 하지만, 기술과 관련된 현안을 다룸과 동시에 더 나아가 ‘직관적인 사진’을 찍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취재 소재를 찾던 그 날 들려온, 자율주행로봇의 규제샌드박스가 승인돼 주말에 해당 기술의 시연회를 열 것이라는 성남시의 소식이 더욱더 반가웠다. 시연회에서 로봇을 명확히 드러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를 넘어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분야인 로보틱스(Robotics) 기술을 직접 목격하고 그 관심사를 『대학신문』을 통해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컸다.

시연회 당일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평소 촬영을 다니면서 많이 들을 일이 없던 ‘기술적 완성도’나 ‘테스트베드’(Testbed)를 언급하는 발표가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경과보고와 각종 축사가 끝나면 곧 로봇의 주행이 시작될 텐데, 로봇이 대체 무대의 어느 방향으로 내려올 것인지, 기자들이 잔뜩 서 있는 그곳이 사진을 찍기에 최적화된 장소인지, 과연 로봇에 따라붙을 그 많은 기자를 사진 프레임 밖으로 위치시킬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한 고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미 사진기를 든 다른 기자들도 눈치를 보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 움직이는 듯했다. 시의회 의장이 ‘자율주행로봇이 종이책을 싣고 다니는’ 아이러니함을 언급할 적에 나는 ‘유의미한 소재를 찾아간 그곳에서 유의미한 내용은 뒤로 하고 달리기나 하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경험하고 있었다.

로봇의 주행 내내 기자들은 달리고, 밀치고, 누군가는 욕설을 뱉었다.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간 그곳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흥분에 찬 “나오라고!”였다. 로봇 사용을 직접 시연하는 순간에는 그 말도 소용이 없었다. 로봇이 주행을 멈추자 기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달려가 로봇의 주위를 둘러싸고 로봇을 가렸다가, 서로를 밀쳤다가, 다른 사람이 카메라를 든 팔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어쩌면 다른 기자의 사진에는 그 카메라의 원에 함께 끼어서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내 모습이 찍혔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기자의 역할은 사진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인 만큼, 직관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중요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끔 그 ‘사진’만을 위해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한 사진 결과물도 좋지만, 그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깔끔한 사진’ 이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의미 자체’를 공유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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