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주 4일제’를 1호 공약으로 내걸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에서 적은 인력의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에 내모는 산업 구조를 형성했고,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미 일부 유럽 국가에서 주 4일제 실험을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주 40시간제’라는 노동시간 제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은 상황에서 주 4일제의 도입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주 4일제는 노동시간 감축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과로사를 예방하며,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에 더해 사업장 업무시간 단축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소비·문화·여가 시간을 늘림으로써 국민의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으며, 과로사 또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왔다. 지난 24일(수)에는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불규칙한 교대제 문제 해결과 휴식 보장을 위해 주 4일제 근무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국가들 중 네 번째로 긴 편이지만, 연평균 노동생산성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주 4일제 도입은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주 4일제 전환의 궁극적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시간당 노동을 주로 하는 노동자와 여전히 초과 근무를 하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주 4일제로 인한 임금 삭감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일반 사무직과 달리 현재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제조업 기반 사업의 경우 주 4일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주 4일제를 당장 시행하려 하기보다는, 노동시간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업종별·고용별 이해관계 조율, 노동시간의 점진적 감축 과정을 통해 시행 가능성과 효과를 차분히 점검해가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노동법, 사회보장제도, 전반적 노동구조를 유지한 채로 노동시간 감축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노동의 양극화와 불평등 역시 더 심화될 여지가 있다. 사용자-노동자 간 전통적 노동관계에 입각한 기존 제도를 개선해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노동, 프리랜서, 중소 사업장에서의 노동, 하청 노동 등 노동자들의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만드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주 4일제 논의가 ‘쉬는 날’을 늘리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점이 돼 우리 사회가 과로사회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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