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직 교수(항공우주공학과)
이복직 교수(항공우주공학과)

행성의 운동을 관찰해 세 가지 행성 궤도 법칙을 도출해냈던 16세기의 천체물리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인『솜니움』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달 탐험을 떠난 청년이 달 표면에 서서 천천히 자전하는 지구를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며, 달나라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상상이 기술돼있다. 그는 또한 천상의 바람을 잘 탈 수 있는 배들이 발명되고 나면 탐험가들은 더 이상 우주공간의 광막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 예언했는데, 이미 400여 년 전에 달 탐험 및 우주 탐사를 상상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1969년 새턴 5호 우주발사체를 타고 달 궤도에 진입한 아폴로 11호를 통해 인류는 지구가 아닌 곳에 첫발을 딛게 됐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유인 동력비행을 보인 시점과 치올코프스키가 로켓추진을 이용한 우주 탐험에 관한 선구적 이론을 발표한 시점이 1903년임을 감안할 때, 60여 년만에 이뤄냈다고는 믿기 힘들 수준의 성과다. 이후 인류의 우주 개발은 경이로운 속도로 발전해 고도 400km에 축구장 크기의 국제우주정거장을 갖게 됐고, 1977년 발사된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는 40년이 넘도록 우주 탐험을 지속하고 있으며, 어느덧 태양계를 벗어나 인터스텔라에 진입해 오늘도 교신하고 있다. 케플러가 예언했던, 광막한 우주를 두려움 없이 탐험하는 우주 비행선인 것이다.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에 수송하곤 했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는 정부 예산 감축 등을 이유로 그 135번째 비행을 마지막으로 운용을 마쳤다. 이로써 몇몇 강대국이 중앙집권적으로 이끌었던 우주개발의 한 시대가 저물고, 민간 기업들이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우주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는 ‘뉴스페이스’(NewSpace)라 일컫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다. 종래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과는 차별화되는 기업 특유의 혁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들이 여러 기업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스페이스X가 지난해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라는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 유인 우주 비행의 서막을 열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최근 유료 관광객을 태운 우주여행에 성공해 상업적 우주 관광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첫 비행시험을 치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임무는 1.5톤의 위성(모사체)을 고도 700km, 속도 7.5km/s로 궤도에 투입하는 것이었으며, 목표 고도까지 비행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3단 비행의 추력이 부족해 목표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누리호에는 37만 개의 부품이 있고, 기밀을 점검할 곳만 2,000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3단 엔진의 경우 12기 제작 및 89회 지상 연소시험을 거치며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첫 비행 검증에서 확인하게 된 셈이며, 이는 비행시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비행시험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면 개발진으로서는 귀중한 노하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고, 남아있는 비행시험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주탐사에 투자된 돈은 국가 경제에 7배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문기술 인력의 고용을 증대시키고 첨단 기술의 개발을 자극함으로써 얻는 부수적 가치가 매우 큰 것이다. 누리호 개발에 300여 개 민간 기업이 참여해 민간 주도 우주개발의 씨앗이 뿌려졌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1톤급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우주 강국 대열에 서게 됐다. 우주 개발의 가장 강력한 연료는 수소도 케로신도 아닌 인류의 혼이라는 말이 있다. 인류가 품었던 꿈은 늘 기술로써 현실이 돼왔으며, 중요한 것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꿈, 그리고 불굴의 의지일 뿐이다. 내년에는 누리호의 2차 및 3차 발사가 계획돼있다. 온 국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펼쳐지기를 응원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