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차장(취재부)
김도균 차장(취재부)

싸가지는 싹수라는 단어를 일컫는 강원, 전남 지역의 방언이자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에는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알아보자. MBC 기자, 앵커를 겸했던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전 의원은 “정치적 판단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싸가지 부분”이라며 “싸가지는 겸손, 버르장머리와도 관련 있으며 상식적이고 터무니 있음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4·7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패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던 중 나온 발언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운동 중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알아보자. 사람은 다른 사람을 싫어할 때, 나름의 이유를 댄다. ‘저 사람은 어떤 행동을 저질렀기에 인성이 나쁘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필자는 친구들이 과도하게 많고 SNS 연락을 잘 안 본다는 이유로 인성이 파탄났다는 지적을 받았다. SNS 연락 건에 대해서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친구가 많은 것은 해결하기 참으로 난감한 부분이다. 사실 필자의 친구가 그렇게 많은지도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볼 것은 과연 필자가 진실로 SNS를 안 봐서, 친구가 많아서 문제인가 아니면 그냥 싸가지가 없는 것이 문제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의 싸가지를 결정하는 데는 그 사람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싸가지를 평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상황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A 씨가 B 씨에게 왠지 모를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다면, A 씨는 B 씨에게 온갖 이유를 대서라도 B 씨는 싸가지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 과정에서 A 씨는 사실 왜곡을 시작한다. 일명 찌라시의 확산이다. 사람들은 찌라시를 받아들임에 있어 거부감이 없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B 씨에 대한 사실관계 판단보다는 그의 싸가지를 판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악화에 악화를 거쳐 B 씨는 싸가지가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B 씨. 

여기서 우리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해졌다. 사람들의 싸가지 판단에 있어 제대로 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저널리즘과 정의가 길을 같이한다는 것도 이런 언론의 역할에 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언론사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싸가지 판단을 위해 진실만을 밝혀야 할 언론이 오히려 왜곡된 싸가지 판단을 부추긴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을 끝으로 『대학신문』 기자로서의 펜을 뗀다. 펜촉을 떼며 필자는 남은 기자들에게 『대학신문』은 서울대 구성원들의 싸가지 판단에서 진정한 그리고 합리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함을 당부하고 싶다. 이를 좋은 말로 다시 말하자면, 저널리즘 실천을 통해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언론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도 사람이기에 어떤 대상에 대한 싸가지 판단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싸가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과연 진실에 기반했는지, 합리적인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그 냉정함에는 객관적인 데이터, 세밀한 취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글이 독자에게 싸가지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시 말했듯,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싸가지 판단에 열중할 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강조하지만, 언론은 그 진실을 파헤쳐 사람들에게 알릴 뿐이다. 그 다음의 싸가지 판단은 이제 당신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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