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년 | 2021 서울대 연말 정산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차가운 기운이 온 학교를 감돌아 한 해가 끝났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2021년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웠고,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 또 한 번 발생했다. 한편 위드 코로나 정책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서울대의 한 해를 『대학신문』이 정리해봤다.

 

학내 노동자의 인권은 어디에

2년 전 비극이 되풀이됐다. 2019년 8월, 제2공학관(302동)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19년 8월 25일 자) 이후 올해 6월 26일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25동에서 50대 청소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과 유족 측은 고인의 과도한 업무량을 지적함과 동시에 관악사 안전관리팀장 A 씨가 고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 씨가 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진행하거나 회의 참석 시 특정 복장을 요구하는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악사는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반박했고 관악사 직원들과 일부 청소노동자는 A 씨를 옹호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고용노동부 관악지청 △인권센터 △오세정 총장에게 전달했다.

 

의혹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갈렸고, 고용노동부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A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7월 30일 고용노동부는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시험성적의 근무평정 반영 의사표시 △복장 점검과 품평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고 서울대에 개선을 지도했다. 9월 14일 서울대 인권센터 역시 인권침해로 간주할 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오세정 총장은 입장문을 통해 유족과 청소노동자 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며 서울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서울대의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근무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고인이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근무했던 925동은 업무 강도가 높은 탓에 보직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925동뿐만 아니라 가족생활관도 노동환경이 열악했다. 가족생활관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은 휴게실 사용이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이에 학내에서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일반노조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았다. 연서명에는 8,305명의 개인과 312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2021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는 ‘학교는 청소노동자 죽음 외면 말고 근무환경 개선하라’라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9월 30일에는 고인의 산재 신청이 이뤄졌고, 지난 10일(수)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 관악사 안전관리팀장 A 씨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더 이상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심을 갖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 비정규직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학과·18)
사진제공: 비정규직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학과·18)

 

한편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본부와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지난 8월 24일 대학노조와 생협 본부 간의 임금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대학노조는 피켓 시위와 천막 농성을 진행하며 노동자 처우개선을 외쳤다. 대학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명절 휴가비 인상 요구 폭을 줄이는 대신, 단일호봉제를 요구했으나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조정이 결렬됐다. 

이후 대학노조는 부분 및 전면 파업을 감행했고, 지난 11일 임금 협약 조인식을 맺으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번 조인에서는 기본급 7만 6천 원을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나 단일호봉제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115단계의 현행 임금 체계나 승진 지연 등에 대한 문제점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년 2월 28일까지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이 소중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의미 있지만, 임금 체계가 제대로 개선되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습만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노동자의 공간이기도 함을 기억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학내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주목하고,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본부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얼어버린 학생사회

 

 

올해에는 제62대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두 차례 진행됐다. 제61대 총학 「내일」이 사퇴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총학의 공석은 채워지지 못했다. 3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선거운동본부(선본) 「퍼즐」이 단독 출마해 찬반 투표가 진행됐고, 본투표에서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연장 투표를 진행했으나 결국 최종 투표율 45.17%를 기록하며 선거는 무산됐다. 2학기에 출마한 선본 「자정」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본투표가 진행됐으나 투표율 34.31%에 그치며 연장 투표가 결정됐고, 최종 투표율 44.99%로 마무리되며 선거가 성사되지 못했다. 제62대 총학 선거가 다섯 차례 연속으로 무산됨에 따라 한동안 또다시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체제가 유지될 예정이다.

작년부터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학생사회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총학과 더불어 단과대 학생회도 이전보다 많은 공석이 발생했다. 일부 동아리는 대면 활동이 위축돼 활동 자체를 한 학기 이상 중단했다. 또한 많은 동아리가 신입 부원 모집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운영진의 경험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좌충우돌 대학생활

유례없던 전염병 발발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본부는 대면 수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부는 하계 계절학기를 비대면과 대면을 혼용해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했고, 6월 3일 대면 수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2학기 수업 운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본부는 수업 운영안을 일부 수정했다. 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수업 운영 방식에 따라 9월 한 달간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다. 이어 10월 4일부터 17일까지 대면 수업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진 후, 18일부터 모든 단과대에서 가용범위 내 대면 수업이 가능해졌다.

대면 수업 전환을 위해 △신속 코로나19 분자진단검사 △백신 접종 출석 기준 마련 △밀집도 서비스 제공 등의 방안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업 방식에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며 분명한 방침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본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하이브리드 수업 역시 한계가 많았다. 교수자들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점, 학생들 간 의견을 공유하기에 어렵다는 점을 하이브리드 수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학생들은 강의마다 대면, 비대면 방식이 혼용돼있어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전했으며, 하이브리드 수업 방식으로 운영되는 실시간 강좌의 화질이 좋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2021학년도 동계 계절수업 운영 안내에 따르면 오는 동계 계절학기는 대면 진행이 원칙이다. 또다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본부의 향후 방침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가오는 해에는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방역에 안일하게 임하지 않으면서도 교수자와 학생 모두 만족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길 바란다.

2019년 가을축제 이후 오랜만에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4월 7일과 8일에 거쳐 본 축제의 예선 공연인 2021 서울대 봄축제 ‘프리페스:pre-festival’가,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2021 서울대 봄축제 ‘페스월드:FES WORLD’(페스월드)가 개최됐다. 이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2021 서울대 가을축제 ‘관악의 밤’이 개최됐다. 

 

페스월드와 관악의 밤은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학생들 간 만남이 축제를 통해 대면과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학내 변화의 이모저모

 

 

2021년에는 관악캠퍼스의 주요 건물들이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올해 3월부터 ‘샤’ 정문 차량 진입로 공사가 진행됐다. 공사 후 정문 아래로 보행로와 광장이 들어서고, 차량은 정문 옆에 개통될 진입로로 드나들게 된다. 정문환경 개선 공사는 8월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돼 올해 12월까지 공사가 이어지게 됐다. 아울러 총장잔디에서도 지하주차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잔디광장 지하에는 416면 규모의 지하주차장이 생겨 여유로운 주차공간 이용이 가능해진다. 지하주차장 위에는 문화광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75동도 올해 4월부터 재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새로운 75동에는 △농업생명과학연구센터 △총동창회 △역사연구기록관 △대학신문사가 들어온다.

한편 학내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기도 했다. 올해 4월 착수된 폐수영장(106동) 철거 공사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한쪽 벽을 남겨둔 채 마무리됐다. 폐수영장 부지는 녹지화 대신 새로운 방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예술관연구동(49동) 후면 녹지의 개선안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본부는 예술관연구동 후면 녹지에 거점주차장을 건립하는 안을 검토 중이었으나, 3월 23일 환경대학원은 해당 계획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본부에 전달했다. 

새로운 수강신청 방식이 도입되며 서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서버 오류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2021년 1학기는 장바구니 제도와 선착순 제도가 함께 실시되는 혼합형 방식으로 수강신청이 이뤄진 첫 정규학기였다. 1학기 재학생 수강신청에서는 수강신청 인원이 바로 반영되지 않거나, 로그인 후 10분이 되지 않았음에도 세션이 만료되는 등의 서버 오류가 발생했다. 하계 계절학기 정원 외 신청과정에서는 별도의 공지 없이 수강신청이 9시간가량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단순한 서버 오류에 그치지 않고 수강신청 날짜가 연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2021학년도 2학기 선착순 수강신청 도중 서버 문제가 발생해 학생들이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했다. 8월 13일에 예정됐던 수강신청이 두 차례 연기됐음에도 최종 수강신청일인 17일에 오류가 반복됐다. 이에 정보화본부는 각 단과대에 수강정원 증원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추가 정원 외 신청 기간을 마련하는 등 피해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했다. 본부는 22억 원을 확보해 정보화본부에 전달했으며, 정보화본부는 추가 예산으로 기자재와 서버 등 장비 교체에 들어갔다.

해당 서버 문제로 학생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21 연석회의가 시행한 ‘2021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 피해 및 배상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1,600명의 응답자 중 80%가량이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아울러 졸업에 필요한 과목을 듣지 못하거나 졸업 계획에 차질이 생긴 학생들도 속출했다. 수강신청은 학생의 한 학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본부는 해당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전산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서버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3학년도부터는 몇몇 단과대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긴다. 인문대에서는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가 ‘역사학부’로 통합되며 공대는 광역 모집 단위를 신설해 정시 모집으로 40명의 광역 신입생을 선발한다. 공대 광역 신입생은 △산업공학과 △전기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항공우주공학과 △화학생물공학부 등 5개 학과(부) 중 하나로 진입하게 된다. 음대도 변화의 길에 놓여있다. 기존의 작곡과를 작곡과 및 음악학과로 분리하며 기악과 역시 관악전공과 현악전공이 합쳐진 관현악과와 피아노과로 개편하는 안이 나왔다. 교육부에서 승인 허가가 나면, 음대 학사과정 개편안은 2023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개편 예정 학과들의 학생들과 교수자는 이런 변화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2021년의 서울대는 코로나19 시국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다가오는 2022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고요했던 교정이 다시금 시끌벅적해지려는 낌새가 보이고 있는 만큼, 코로나19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거를 반성하고 부조리는 타파하는 서울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레이아웃: 이다경 기자 lid0411@snu.ac.kr 

사진: 『대학신문』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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