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불어불문학과 장재성 교수

지난달 19일 ZOOM을 통해 장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를 만났다. 장 교수는 “십여 년 전 『대학신문』 주간을 하며 이런 기사를 많이 봤는데 내가 대상이 되니 새롭다”라고 인터뷰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이제 프랑스를 넘어 히브리어·그리스어·라틴어 등의 언어를 얼마든지 공부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를 얻어 기쁘다”라고 정년을 맞이한 소회를 전했다.

Q. 불어학을 전공한 계기가 무엇인가?

A. 현대 지배음운론과 통시언어학을 연구했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언어 현상을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현상의 집약체로 보고 분석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불어를 좋아해서 학부로 들어왔는데 공부하다 보니 고전어, 라틴어가 재밌었다. 불어가 라틴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변용됐을까 공부하다가 음소 변화에도 관심이 생겨 약 40년 전 언어학에 입문하게 됐다.

 

Q. 1985년부터 서울대에서 강의했는데, 교수 생활 동안 인상 깊었던 수업은?

A.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인문대 학장을 했고 본부 처장이나 『대학신문』 주간 등을 지냈는데, 보직을 맡는 동안 강의를 하지 못해 당시 나를 모르고 졸업한 학생이 있었던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래서 학장 임기가 끝나고 은퇴 전까지 수업했던 것이 재밌었다. 통시언어학을 다룬 수업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어떻게 불어·영어·스페인어·이태리어로 이어졌는가에 대해 강의했다. 라틴어의 사색적, 사고적 어휘들은 전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영국 왕조가 프랑스에 정복당한 300년간 불어를 써, 그 어휘들이 영어와 불어로 들어갔다. 그래서 영어의 40% 정도가 불어, 라틴어와 굉장히 유사하다. 이런 언어학적 내용과 더불어 은퇴 전 5년 동안 후회 없이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너무 즐거웠다. 학생들이 강의가 좋았다고 편지도 많이들 보내줘서 흡족했다.

 

Q. 2007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대학신문』 주간을 맡았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

A. 당시 미국에서 연구하다가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자연대 교수가 있었다. 당시 공대의 한 교수가 학술상 상금으로 사고가 난 교수를 도왔는데, 『대학신문』에서 자리를 마련해 두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기사 이후부터 많은 기성 언론사가 그 교수를 취재하며 큰 이슈가 됐다. 『대학신문』이 가장 먼저 취재했고 훈훈한 미담을 다뤘던 기사여서 기억에 남는다. 

 

Q. 2014년부터 약 2년간 인문대 학장을 맡았다. 우리나라 인문학 교육 및 연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A.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어머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탄탄한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인문학을 공부할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인문학자가 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철저히 지원했다. 많은 사람이 인문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소수의 사람에게 철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미래에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교수로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A. 좌우명은 엑소더스다. 엑소더스는 길 밖으로 나간다는 뜻으로, 편견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라는 말이다. 권력과 돈, 죄의식,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라 하는데, 이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하나의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남과 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쁨과 감동은 내가 남으로부터 받고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정년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장재성 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3년 안으로 책을 한 권 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책을 내고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도 그것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라며 인문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움을 얻는 일을 계속한다면 길이 열릴 것”이라며 “학문의 기쁨을 느끼고 거기에 천착한다면 길은 그 속에 있다”라고 후학에게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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