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재료공학부 권동일 교수

지난달 25일 신소재공동연구소(131동)에서 권동일 교수(재료공학부)를 만났다. 권 교수는 소재·부품 신뢰성* 향상에 기여하고, 벤처기업 ‘프론틱스’와 법안전융합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강한 추진력으로 자신의 꿈을 가치 있는 일로 만들어 온 그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Q. 소재·부품 신뢰성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예시를 들어보자면, 신뢰성이란 스마트폰을 고장과 파손 없이 오래 쓰는 것이다. 1994년 서울대에 처음 교수로 부임했을 때,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노동력을 싸게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둬 신뢰성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다. 신뢰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제품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소재·부품 신뢰성 연구를 한다면 내 연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다.

 

Q. 2000년에 벤처기업 ‘프론틱스’를 설립했고, 다양한 기업과의 산학협력센터를 유치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가졌던 신념이 있다면?

A. 엔지니어링을 하는 사람으로서 답을 내는 것, ‘솔루션’(Solution)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선(先)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선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나의 말에, 몇몇 사람들은 “공학도가 선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냐”라며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문제에 접근할 때, 그 답으로 향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다 보면 훨씬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엔지니어링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단시간에 답을 얻고 싶어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답으로 가야 하는지’다. 

 

Q. 2013년에 법안전융합연구소를 설립해 민관 협력 및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함께 공공안전 강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법공학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됐다. 법공학이란 공학적인 분석 및 평가를 바탕으로 공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관해 법정에서 증언하는 분야다. 그런 사안들은 한 분야의 전문지식만으로 정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공공안전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정책 △법 △소재 △환경 △건설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법안전융합연구소에 모였다. 고정된 하나의 시각으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없기에 처음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사고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 또한 법안전융합연구소를 통해 공학 역시 말로 풀어낼 수 있으며 컨설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공계 종사자도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법공학에서도 선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사고과정이 필요하기에 끊임없이 답이 무엇인지 탐색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추진해서 가치 있는 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내 좌우명이다. 법안전융합연구소는 안전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법인으로, 목적상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내가 하고 싶은 법공학을 학술 분야를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끈 하나의 방법이다. 

 

Q. 대한민국의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본인의 소재·부품 신뢰성 연구실이 N-Lab(국가연구실)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년퇴임 이후의 연구 계획은?

A. 소재·부품 신뢰성 연구가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 고맙다. 소재·부품 신뢰성 연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진 만큼, 이에 발맞춰 원자력 안전 및 전자 부품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할 생각이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금 N-Lab을 통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서울대 내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일할 예정이다. 프론틱스에서 이전부터 해 왔던 일들을 더 가속해 프론틱스를 강소기업이자 세계로 진출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권동일 교수는 “정년퇴임은 서울대 교수라는 명함 없이 살아가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열심히 소재·부품 신뢰성 연구를 하려고 한다”라며 “폴리머(Polymer) 소재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소재·부품 신뢰성: 소재·부품의 품질·성능 등이 일정 조건하에서 일정 기간에 요구되는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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