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신창수 교수

지난달 11일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에서 신창수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를 만났다. 그는 석유 물리 탐사* 분야의 권위자로, 탄성파 탐사 자료를 활용해 지하 매질의 속도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신 교수는 “쉽게 말해 땅속을 초음파 검사해서 지질학적으로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평생을 파동방정식과 함께 했다”라고 물리 탐사 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Q. 물리 탐사 기술이 실제 자원 탐사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A. 지상에서 맨눈으로 보면 땅속 몇 센티미터도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석유 개발을 하려면 지하 수 킬로미터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 번 시추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듯 지하에 음파를 보내서 반사된 결과를 분석하면, 지하 지질 구조와 물성을 토대로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을 확인할 수 있다. 수학, 물리, 컴퓨터 사이언스를 총동원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이 물리 탐사라고 할 수 있다.

 

Q. 꾸준히 ‘공학수학’ 교과목을 맡아 왔고 산업계에 종사하는 인재들을 위해 ‘공학자를 위한 수학’ 교과목을 개발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A. 수학이나 과학이 복잡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시원은 매우 단순하다. 공학수학을 가르칠 때는 학생들이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력이란 단순한 곳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한 알고리즘도 바탕이 되는 개념은 이미 교과서에 다 나와 있다. 다만 그 개념을 내 전공에 응용했을 뿐이다. 학생들이 기초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핵심 지점마다 활용할 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똑똑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는 교육의 책임이 크다.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성인이니 알아서 잘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교수와 학생, 학부모와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강의와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단을 떠나는 지금도 내가 조금 더 잘 가르쳤다면 학생들이 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가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분야 중 수리심리학이 있다. 인간 심리나 의식을 수학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다. 연구해 보니 우리의 갈팡질팡하는 심리 상태를 수식으로 나타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심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특정값을 갖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의 미래 행동을 수학적 값으로 산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연구를 발전시켜 AI와 접목한다면, 인간처럼 사고하며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AI가 탄생할 수 있다. 내 연구와 기술이 어떤 성취를 이루길 바라면서도, 그 성취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앞으로 과학 기술을 연구할 후학들이 이런 양면성을 인지하고 경계했으면 좋겠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할 때 늘 인류의 장래를 염두에 두기 바란다. 

 

Q.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나?

A. 정년퇴임 이후에 회사에서 메디컬 이미징(Medical Imaging)을 연구할 예정이다. 음파를 활용해 인체를 영상화·시각화하는 기술인데, 성공한다면 10년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수리심리학 공부도 지속할 생각이다. 진전이 있다면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 물리와 수학을 공부하는 스터디 클럽도 참여 중인데, 이것도 계속할 예정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마 10년 뒤에도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신창수 교수는 마지막으로 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관악의 이무기들은 모두 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라며 “훌륭한 논문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물리 탐사: 대지를 구성하는 각 물질의 물리적 성질 차이를 이용한 지질 및 암반의 종류, 성상, 구조 등에 대한 조사.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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