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농림생물자원학부 이학래 교수

지난달 12일 농생대(200동) 상록관에서 이학래 교수(농림생물자원학부)를 만났다. 제지 산업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한 그는 “서울대에서 교수로 근무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라며 “좋은 학생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Q.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A.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가서 제 역량을 잘 발휘할 때다. 항상 학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Desire)과 결심(Determination), 그리고 결심에서 더 나아간 헌신(Dedication)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 언어로 ‘3D’라고 부르는 이 세 가지 자질을 갖추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열정과 결심, 그리고 헌신 등의 자질을 길러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 참 기쁘다. 

 

Q.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는 21세기다. 제지 업계는 이에 맞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A. 모든 산업에는 부침이 있다. 한때 잘 나가던 산업도 언젠가 사라지고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는 것이 순리다. 21세기 들어 제지 업계는 IT 기술의 발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쇄용지나 신문용지 등이 진통을 겪는 분야 중 하나다. 지난 학기에 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강의계획서와 자료를 출력해 비치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태블릿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반면 △포장 △위생용지 △특수지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아 성장하고 있다. 박스와 같은 포장 용기 산업의 전례 없는 활황으로 볼 때, 제지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한다면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 종이가 친환경적인 소재라는 점을 더 부각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종이는 재활용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87%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제지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기에 에너지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플라스틱에 준하는 기능성과 품질 향상을 이뤄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21세기 제지 업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Q. 30여 년 동안 교수 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려움을 극복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A. 모든 잘못은 본인의 욕심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욕심이 크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난하다. 교수가 욕심이 크면, 연구 부정 같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대학원에 오지 않겠다는 학생에게 입학을 강권해 학생과 사이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서는 자신의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어떤 목표를 정하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더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다 보니, 학생들의 생활 반경이나 친구 관계가 예전보다 좁아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소수의 사람만 알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만, 이는 직 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것과 매우 다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대학생 시절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젊은 시절에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학래 교수는 퇴임 후 그동안 바빠서 즐기지 못했던 등산과 골프, 미뤄뒀던 국내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제지 산업 자문을 이어갈 것이며, 해외 대학에 교수로 부임할 수도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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