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치의학대학원 류인철 교수

지난달 18일 서울대치과병원 연구실에서 류인철 교수(치의학과)를 만났다. 치의학계의 권위자인 류인철 교수는 치의학계 발전과 수직적인 병원 문화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치의학과에 우연히 진학하게 됐다는 류 교수는 “지나서 보면 그때 결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Q. 제4대 서울대치과병원장으로 재임했다. 가장 주력했던 사업이 있다면?

A. 병원의 수직적인 문화를 수평적인 문화로 바꾸려 했던 것이 가장 주력했던 일이다. 병원의 역량을 총합으로 놓고 보면, 의료진만 잘한다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 결국 의료진을 지원하는 행정과 더불어 기계실, 전기실, 미화실 등 시설 부문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야 최고가 될 수 있다. 환자는 보통 병원 화장실이 깨끗하면 건물 전체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병원의 역량이나 이미지는 의료진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아울러 차별화된 진료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치과검사센터’를 만들었다. 치과검사센터는 각 진료과에서 필요한 치과 영역의 여러 전문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곳이다. 몇 년 전 문득 서울대치과병원이 여타 개원가와 크게 다른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치과병원과 개원가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전문적인 검사와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병원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립하는 길이라고확신했다. 이것이 치과검사센터를 만든 이유다. 치과병원장으로 재임하며 과거의 진료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서울대치과병원이 특별한 존재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힘썼다.

 

Q. 삶의 롤모델이 있다면?

A. 구체적인 롤모델은 없다. 다만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이 지금까지 삶의 롤모델 역할을 한 것 같다. 서울대 재학 당시 불교학생회에서 삼양동에 야학을 열어 야학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야학에 다니던 학생들은 서울로 올라와 봉제공장 보조 업무나 시내버스 안내양을 했다. 그때 그들의 나이가 전부 15, 16살 정도였다. 야학에 오는 학생들을 보니 집안 사정으로 중·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고향 친구들이 떠올랐다. 시골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며 고향 친구들에게 마음의 빚을 진 것 같았고, 훌륭한 사람이 돼 시골 학교에 장학금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다. 이런 마음과 시골에서의 어릴 적 경험이 삶을 이끄는 롤모델 역할을 했다.

 

Q. 치주 질환 연구 중 치주 조직 염증과 파괴에 관한 치주 병인론을 연구했다. 

A. 치주 질환은 흔한 질병이지만 치료하기 힘들어 난치질환으로 분류된다. 세균 번식은 구강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며 우리 몸의 소화기를 타고 이동한다. 세균을 없애야만 치료가 가능하지만, 세균을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세균학과 면역학에 관련된 치료를 하는데, 많은 검사를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구강 내 세균을 배양함과 동시에 PCR 기법을 사용해 세균을 식별하고 침을 통해 세균 종류를 분류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간소화된 검사 기법은 난치질환인 치주 질환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된다. 반대로 미래는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변화도 중요하다. 모든 것이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된다. 집착은 생각이 굳어 남의 이야기를 못 듣는 것인데, 집착을 줄여야 남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류인철 교수는 서울대 치대의 위상과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과 세계 인류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서울대 치대 동문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발전과 세계 발전에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