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김대한 (철학과 석사 졸업)
김대한 (철학과 석사 졸업)

저는 학부 과정을 마치면서 꼭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학부 과정을 마치고 실무를 하던 제게 어느 날 대학원 진학의 기회가 찾아왔고, 저는 말로만 듣던 관악캠퍼스로 오게 됐습니다. 관악의 풍경은 생경했지만 셔틀버스와 캠퍼스 시설물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구열이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 또한 마음을 매일 고쳐먹으며 대학원에서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람차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벚꽃이 지면서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제대로 석사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첫 학기는 수업을 준비하고 강의를 따라가는 데에만 일주일을 전부 써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학원생들과 이야기하면 할수록 제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배경이 모자라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책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자주 달리면서 기초 체력을 쌓고,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질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아무것도 모르면서 호기롭게 지도교수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던 과거의 제가 다른 의미로 대단합니다. 제가 무사히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제 노력이 아니라, 교수님들의 지도와 주변 대학원생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인공지능 윤리라는 주제로 논문을 완성한 것과 부족했던 기초를 온전히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지도교수님과 주변 대학원생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물론 석사과정을 마친 지금도, 스스로를 온전한 한 연구자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 2년간의 석사과정은 단순히 학문적인 부분뿐 아니라 삶을 대면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학자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말하며 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학문이 쓸모 있는지 아닌지는 바로 그 학문을 전공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하는 사람의 삶의 물결에서 흘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배운 철학이라는 학문뿐 아니라, 배움의 장이었던 서울대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살아갈 요량입니다.

이제 학문의 길을 시작하시는 학우님들, 그리고 계속 학업의 길을 이어나가시는 학우님들! 저는 먼저 관악을 떠납니다. 냉철한 사고와 검증 가능한 자료들을 토대로 눈앞의 세계를 바라보시더라도, 마음은 항상 미래와 보이는 현실 너머를 향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는 제 목표일 뿐 아니라, 서울대와 그 구성원이 함께 이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대의 지원과 구성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서울대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정한 학위과정 가운데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으나, 막상 학교를 떠나는 때가 되니 섭섭합니다. 쉽지 않았던 길을 통과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지도해 주셨던 지도교수님, 논문 심사 위원님들, 그리고 고락을 함께 나눈 대학원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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