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김병문 교수(화학부)
김병문 교수(화학부)

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의 과정을 완수해 졸업하게 됐으니 얼마나 장한 일인지요. 그러므로 여러분은 얼마든지 축하를 듬뿍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러분에게 먼저 드리고 싶은 단어는 ‘감사’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희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 친척과 친지, 교수님, 직원, 동료 등 많은 분의 도움 없이 그 누구도 자신의 힘만으로 오늘의 영광된 자리에 서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감사하되 그것을 마음으로만 품지 말고 꼭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큰 선물 바구니를 드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오는 데 도와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정성의 마음이 담긴 카드 한 장으로도 충분합니다. 늘 감사하는 사람은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향후 사회에 대한 적응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많이 봤습니다.

두 번째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자기를 찾기’입니다. 지금까지 전공 공부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준비해 온 여러분이기에 아마 대부분 자신의 갈 길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위 졸업생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부분 특정 직업군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의 건축설계회사 ‘THA Consulting’의 하형록 전 회장께서 이전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로 해주셨던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똑같이 전하고 싶습니다. 이분은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명사’로 답하지 말고 ‘동사’로 답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연구원이 되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내 연구로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와 같이 동사로 자신의 삶을 정의하며 꿈을 펼쳐 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 모두 이런 역동적인 삶을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눔’입니다.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서울대에 부임했을 때 교수 급여 수준이 정말 열악했습니다. 자녀 교육과 주거지 마련 등 재정적 필요가 가장 큰 시기였지만 급여는 정말 믿지 못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임 교수 가족들이 주로 거주했던 옛 교수아파트에서는 늘 이런 열악한 처우에 관한 성토가 많았었지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교수 부인들을 중심으로 근처에 있던 지역 보육원에 매주 음식을 해서 섬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 큰 반찬통을 차에 한가득 싣고 보육원에 반찬 배달을 하곤 했었는데, 길이 너무 가팔라 간혹 위에서 차가 내려오면 후진으로 길을 비켜주느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때 교수아파트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어려울 때인데도 이렇게 섬기는 일에 함께 참여했던 것이 아직도 흐뭇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공부와 진로 준비에 바쁘다 보니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런 나눔은 나중에 모든 것을 다 갖춘 다음에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바쁘고 힘든 시기부터 약한 사람들을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떼어 내어 나누는 습관은 많은 것을 가진 후에도 꾸준히 나누고 섬길 수 있는 저력을 갖게 해 줍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진정한 리더로 불릴 수 있겠지요. 

세상으로 나아가는 졸업생 여러분, 모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자신의 갈 길을 찾아가면서, 항상 나누는 삶으로 살아가시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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