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남나리(수학교육과‧19)
남나리(수학교육과‧19)

안녕, 이제야 인사를 하네요. 오가며 마주쳤던 모든 인연들에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긴 여정을 끝마친 것을 축하해요.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기가 겁나나요, 혹은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가슴이 설레나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든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아주 아쉬울 거라 생각해요. ‘시원섭섭’이란 말만큼 졸업에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어린 날의 내가 가득 묻어 있는 이곳을 떠나는 마음은 어떨지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몇 해 전까지 이곳을 떠나는 이들이 마냥 대단해 보였어요. 낯선 것들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어른 같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제 그때의 그대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하지도, 모든 시련을 꼼짝없이 당해낼 만큼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압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숙함으로 인해 놓쳐버린 것과 막을 새 없이 사라져버린 것들, 그래서 그대들이 결코 안고 떠나가지 못하는 것들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겠죠. 관악에서의 여정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 돼버렸을 때 즈음, 저는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이해하게 됐어요. 떠남이란 희망과 도전, 웃음으로 가득 찬 미래를 그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있던 곳에 남은 미련을 애써 등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새로 도착하는 곳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과정을 포함하기에 조금은 울적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하나의 물음을 던집니다. 당신은 얼마나 두렵나요? 지금까지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예정된 하나의 목적지에 함께 도착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각기 다른 출발선에 섰습니다. 모두가 다른 목적지를 가지고요. 어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나만의 목적지를 찾아 떠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거예요. 내 쓸모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조차 오롯이 나의 몫이니 잘못된 길에 들어도 누군가를 탓할 수 없겠죠. 하지만 앞으로의 순간들이 마냥 두려움으로만 여겨지지는 않길 바랍니다. 우연히 들게 된 그 길에서 삶을 더 사랑하게 될 만한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돌아보면 관악에서의 삶도 그랬을 거예요. 학점 이수를 위해 들은 수업에서 인생의 멘토로 삼고 싶은 은사님을 만나게 됐다든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연과 연인이 됐다든지, 눈 딱 감고 했던 일이 큰 성취로 돌아왔던 경험 같은 것들이요. 우연을 가장한 선택들이 관악에서의 생활을 조금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줬던 것을 기억하면 새로운 선택에 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거예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을 뿐, 그동안 수많은 길을 방황했을 것으로 생각해요. 온갖 감정의 파도를 겪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몇 년간의 기억을 모두 마음에 지닌 채로 이곳에서의 여정을 끝마치게 됐습니다. 

우리 앞으로의 삶은 더 넓은 관악을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항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모든 게 낯설었던 관악의 날들을 떠올리며 차근차근 하루를 살아가 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여정을 끝마쳤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대들이 언젠가 이 여정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지 말고 소중한 날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채워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힘든 날에는 당신들의 삶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떠올려 주세요. 그대가 사랑했던 시간을 새롭게 반복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의 헛헛한 마음에 위로가 될까요. 떠나는 모든 이의 행보가 우리에겐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또 용기가 됩니다. 당신들에게도 어딘가에 내 과거가 살아 존재한다는 사실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위로가 됐으면 해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테니 이만 줄여야겠어요. 더 먼 세계로의 여행에 행운을 보냅니다. 우리 먼 훗날 마지막 목적지에서 웃으며 만나요. 그럼 응원의 마음을 담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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