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체육교육과 나영일 교수

지난달 7일 체육문화연구동(71-1동)에서 나영일 교수(체육교육과)를 만났다. 나 교수는 본래 군인이 되고자 했지만, 매형의 조언으로 우연히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체육사와 전통체육문화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데 평생을 헌신한 그는 인기 교양강좌인 ‘산과 인생’을 만든 장본인이다. 

Q. 우리나라 전통체육사 관련 책을 많이 집필했는데, 그 이유는?

A. 전통무예와 한국체육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서양체육사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작 한국체육사는 전문가만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체육사의 가치를 알리고자 △『정조시대의 무예』 △『무과총요 연구』 △『우리 활터 석호정』 등을 집필했다. 특히 5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조선시대 무과는 굉장히 중요한 체육학적 자산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무예 관련 기록을 번역하고 정리했다. 체육 강좌들을 봐도 서양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스포츠 유물과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주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국민들도 우리 체육 문화에 자긍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최근 우리나라 체육사 자료와 문화재를 보관하는 국립체육박물관 건립을 위해 힘썼는데, 2024년 잠실에 개관할 예정이다. 국립체육박물관 건립이 체육 문화와 역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Q.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A. 체육교육과 강의는 다른 강의보다 몸으로 부딪치는 야외 활동을 많이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관악산을 등산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4분의 1 정도만 가봤다고 답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약 4년의 대학 생활을 하며 한 번도 관악산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서울에는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산이 많다.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축복받은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그 복을 대부분의 학생이 누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산과 인생 교과목에서는 관악산뿐 아니라 서울 시내에 있는 산을 오른다. 산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취지에 맞게 15주 과정 중 5번은 산에 가고, 10번은 여러 분야 교수들의 강의를 듣는다. 2010년에는 체육교육과 학과장으로 취임해 대부분이 서양 스포츠인 교육 과정에 동양 스포츠를 추가하고자 교양 및 전공과목으로 ‘국궁’을 개설했다. 국궁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약 천 명의 학생들이 국궁을 배웠다. 아직 한국 전통체육에 관련된 과목이 많지 않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목 개설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용인대에서 9년 정도 근무한 후 서울대에 부임했다. 타 대학 학생들에 비해 서울대 학생들은 스스로를 90점 이상의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지적으로 훌륭한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성을 볼 때 그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대 학생들이 진정으로 뛰어난 학생이 되려면 몸과 마음, 영혼까지 골고루 갖춰야 한다. 즉, 지덕체(智德體)를 조화롭게 갖춘 사람으로서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품을 갖춰야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산과 인생 수업 때는 반드시 개인 도시락을 1인분이 아닌 2인분으로 가져올 것을 당부했다. 혹시라도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한 학생이 있으면 함께 나눠 먹기 위함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게 사는 것인지 고민하고 봉사하는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다.

 

나영일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사단법인 활쏘기문화보존회 회장과 국립체육박물관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 체육사 분야를 발전시키고 전통체육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변함없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 한편에 미안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그는 “정년퇴임 후 가족을 위해 봉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며 말을 마쳤다.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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