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교육학과 조용환 교수

지난달 6일 사범대(12동)에서 조용환 교수(교육학과)를 만났다. ‘제1회 서울대 교육상’(현 학술연구교육상 교육부문)을 수상한 조 교수는 교육인류학의 관점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학과 교수로서 연구도 중요하지만 늘 교육이 우선이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교육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Q. 교육인류학을 전공했다. 교육을 인류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얻게 된 가장 핵심적인 형질이 바로 학습이다. 다른 동물은 이전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인간은 학습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나아질 수 있다. 학습을 돌보는 삶의 형식을 교수라고 하고, 학습과 교수의 만남을 교육이라 부른다. 인간 삶을 공시적·통시적 관점에서 두루 조망하는 인류학적 통찰 없이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인류학 공부가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인류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Q. 2015년 개인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시작(詩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본가를 떠나 부산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때 느낀 외로움이 시작의 계기가 됐다. 실존적인 고독 속에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시집은 한 권뿐이지만 그동안 700편 이상의 시를 썼다. 늘 시를 쓰며 살기 때문이다. 나는 시에는 엉터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 쓰는 사람과 일반인을 구분 짓는 등단에 대해 부정적이다. 내가 쓴 「신춘문예」라는 시에서 “한 사람의 시인을 만들기 위해서 만 사람의 시인을 무릎 꿇리고 있다”라고 말한 적 있다. 시 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는 우리 삶에 있다.

 

Q. 교수 생활에 전환점이 있었다면?

A.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고 내 동료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다.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하는데 어느 날 뒤쪽에 앉은 한 학생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를 본 교수가 그 옆에 있는 학생에게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라고 호통을 쳤다. 그런데 그 학생이 “재운 사람이 깨우세요”라고 대답했다는 것 아닌가. 그 이야기가 내 교수 생활의 전환점이 됐다. 학생들이 졸거나 수업에 집중 못하면 보통 교수자는 학생을 탓한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 수업이 얼마나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면 잠이 오겠는가. 그 이후로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졸면 사과부터 한다. 교수자는 학습과 학생의 삶을 생생하게 연결해줘야 한다. 학생이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억지로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쉽게 변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 좌절하거나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학자로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A. 우리는 교육이 아닌 것에 교육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사회적인 지위 쟁탈전을 교육이라 부르며 사회 문제와 교육 문제를 혼동하곤 한다. 나도 교육답지 못한 교육에 매일같이 답답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변화에 대해 조언하자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남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패배주의에 빠져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나 혼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의 반대편에 서서 계속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개혁이니 교육혁신이니 하는 말은 믿지 않는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루하루 조금씩 새로워져야 한다. 나도 바꾸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바꿀 수 있겠는가. 내 교실, 내 강의, 내 가정 하나하나 교육적으로 바꿔 나갈 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조용환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교육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퇴임 이후에는 개인 연구소에서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며 대안적 고등교육을 실험해보려 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조 교수는 교육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교육자란 학습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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