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수학교육과 조한혁 교수

지난달 18일 사범대의 한 카페에서 조한혁 교수(수학교육과)를 만났다. 조합행렬론을 전공한 조 교수는 컴퓨터와 수학교육을 연계해 우리나라 컴퓨터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정년을 맞이하게 돼 너무나 감사하다”라며 퇴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Q. 조합행렬론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A. 사실 예전부터 수학사를 좋아해서 조합행렬론을 전공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님의 전공이 조합행렬론이었다. 나는 컴퓨터와 관계된 수학교육을 공부하러 갔는데, 알고 보니 조합행렬론도 컴퓨터를 동원할 수 있는 분야였다. 조합행렬론은 세상의 정보를 행렬과 벡터로 표현해 낸 이론이며, 나는 이를 코딩과 연결해 컴퓨터 분야를 연구했다. 인공지능 발전에 정확히 부합하는 분야다. 수학과 컴퓨터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사범대에서 컴퓨터 교육 분야에 이바지하게 됐다.

 

Q. 교수 생활 동안 뜻깊었던 활동은?

A. 서울대 사범대에 처음 왔던 1989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의무교육이 시행됐다. 내가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수학 교사들에게 ‘베이직’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연수시킨 것이었는데, 이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 컴퓨터 의무교육이 폐지됐다가 약 30년이 지난 2018년에 다시 의무화됐다. 나는 컴퓨터 의무교육이 처음 시행됐을 때부터 교수 일을 시작했고, 지난 30년 동안 수학과 코딩의 관계를 연구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다. 따라서 컴퓨터 의무교육이 처음 시행된 1989년의 정신을 이어서 다시금 코딩 교육이 의무화될 때까지 연구와 교육을 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다. 현재는 누구든지 코딩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웹사이트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논문을 몇 개 쓰고 강의했던 것보다도 코딩 시대에 맞게 컴퓨터와 수학교육을 연결했다는 것이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

 

Q. 지금까지의 교수 생활 중 아쉬움이 있는지?

A. 나는 강요하는 것도, 강요당하는 것도 싫다. 특히 틀에 박힌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면과 뒷면만 있는 동전과는 다르게 세상사엔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적으로 학생들을 적절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동기부여는 잘했어도 학생들을 목표까지 이끌고 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요즘에는 학생들이 과제를 잘 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 역시 교수자가 해야 하는 일 같다. 모든 교수가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칠 수 없고 내 방법이 더 잘 맞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조금 더 강하게 이끌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교수란 학생 성향을 잘 파악해 여러 방법을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방식만 강조하는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Q. 좌우명이 있다면?

A. 성 프란시스 기도문 중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이 내 좌우명이다. 베풀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말을 좋아한다. 불교에도 비슷한 말이 있고 남에게 향수를 뿌리면 내 무릎에도 몇 방울 떨어진다는 서양 속담도 있다. 베푸는 것의 즐거움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것 같다. 남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만족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만든 코딩 환경을 나 혼자 쓴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써야 비로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나와 타인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은 전혀 행복한 삶이 아니다.

 

조한혁 교수는 퇴임 이후 지금까지 연구한 코딩·수학과 관련된 책을 쓰고, 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차박’을 다닐 계획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연구해 온 결과를 나누고자 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에는 업종 전환을 3번씩 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으니 자신의 진로를 다방면으로 찾아보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특히 IT와 인공지능 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므로 코딩을 공부해야 한다”라고 후학에게 조언을 남겼다.

 

사진: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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