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국악과 임재원 교수

지난달 21일 음대(54동) 교수휴게실에서 임재원 교수(국악과)를 만났다. 임 교수는 대금 연주가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제19대 국립국악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악 발전에도 힘썼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과 음악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던 임 교수는 “우리 고유의 음악인 국악을 통해 세계에 대한민국을 널리 알려야 한다”라며 국악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Q. 많은 국악기 중에서도 대금만의 특별한 매력은?

A. “줄 소리보다 대나무 소리가 좋고, 대나무 소리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좋다”라는 말이 있다. 열네 살의 나이에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해 국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는 가야금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대금 연주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운명처럼 ‘저 악기를 전공해야겠다’라는 결심이 들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며 대금을 내 전공으로 택했다. 또한 대금은 신라 시대 문헌에서 최초로 등장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대금은 여러 고문헌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만파식적 설화의 주인공이 바로 대금이다. 이처럼 대금은 우리 전통악기로서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지닌다.

 

Q. 강의 커리큘럼에 오디션이나 협연연주회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중요시한 강의 철학은 무엇인가? 

A. 지난 20년간 서울대에서 기악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관현악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훌륭한 독주자가 되기만을 원했는데, 이런 점이 교수자로서 우려됐었다. 관현악에서 40~50명에 달하는 연주자가 남의 소리를 듣지 않고 내 소리만을 연주한다면, 진정한 앙상블을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다른 연주자와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학창 시절에 키워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처음부터 훌륭한 독주자가 되기만을 꿈꾸는 연주자는 결코 훌륭한 음악인이 될 수 없다.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이해하고 경청하는 연주자가 되기를 목표로 삼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뛰어난 독주자로 우뚝 서게 된다. 다행히 나의 이런 가치관이 깃든 수업 방식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영광스럽게도 2016학년도에 ‘학술연구교육상’을 수상했다. 그때 받은 상금은 미래의 훌륭한 연주자를 위해 음대 발전 기금에 전액 기부했다.

 

Q. 2018년부터 3년 동안 국립국악원장으로 재임했는데, 재임 중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은?

A. 국어가 우리의 언어라면, 국악은 우리의 ‘음악 언어’이므로 국립국악원의 지위 격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임할 당시에는 국립국악원장이 고위공무원 나급(2급)에 해당했었다. 기관장의 직급은 곧 해당 기관의 위상과 직결된다고 생각했기에 국립국악원의 격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국립국악원장의 직급이 가급(1급)으로 격상됐고, 국립국악원 역시 이에 맞춰 1급 기관으로 승격됐다. 이 모든 것은 이전 국립국악원장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국악을 해외에 알리고자 노력했다. 2019년에는 매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Stockholms Konserthus)에서 스웨덴·노르웨이와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공연을 선보였다. 그때 나는 “오늘은 우리 국립국악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공연하지만, 수년 내에는 노벨상을 받는 한국의 학자들이 이곳을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설을 했다. 

 

Q. 정년퇴임을 앞둔 기분과 은퇴 후의 계획은?

A. 교직에서 은퇴하는 것이 매우 아쉽다. 이제 음대 교수 또는 국립국악원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순수 국악인으로 살아가려 한다. 교수직에는 정년이 있고, 국립국악원장이라는 직함에도 임기가 있다. 하지만 학문과 예술에는 정년이 없다. 비로소 순수 국악인이 돼 연주에 매진하며 살아보고 싶다. 따라서 퇴직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건강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임재원 교수는 “전통예술의 고귀한 가치를 높이 사준 국가에 고마울 따름”이라며 국악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국가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또한 그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높일 방법은 오직 문화”라며 “후학들이 연주 실기를 더욱 연마해 한국을 널리 알리는 일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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