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윤강섭 교수

지난달 10일 보라매병원에서 윤강섭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보라매병원에 처음 온 것이 무려 32년 전이지만, 바로 엊그제 같은 심정이라는 그는 공공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신뢰를 쌓기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 75세까지 현역으로 근무할 계획이라는 윤 교수에게 정년퇴임 후 펼쳐질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Q. 의사의 꿈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풍으로 쓰려지셨고, 10년 정도 투병 생활을 했다. 아버지를 돌보며 자연스럽게 의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형님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공부하고 계셨다. 가족들 없이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며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버지를 간병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환자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당시 아버지를 돌보며 커졌고,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15, 16대 보라매병원 병원장을 지내며 강조했던 것이 있다면?

A. 보라매병원이 믿을 수 있는 병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장을 지내며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로 보라매병원이 시립병원이라고 해서 병원의 질이 낮거나 첨단 치료를 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치료비 절감에 대한 부분이다. 보라매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최첨단 치료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 재임 당시 서울시 예산의 약 20%는 복지에 사용됐지만, 시립병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서울시 예산의 약 0.5%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첨단 치료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서울 시민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보라매병원이나 공공의료시설에 내원하는 환자 중 10~20%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 보라매병원이 의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일반 시민에게 접근성이 좋은 병원이 돼 공공의료기관의 제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노력했다.

 

Q. 정형외과 의사로서 특별히 추천하는 생활 습관은?

A. 수입의 10%, 즉 십일조를 반드시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운동이든, 음식이든, 기부든 자기 건강을 위해서 정성을 들여라. 나는 2014년에 쓰러져서 6개월 동안 물리치료를 받은 적 있는데, 당시 내가 느낀 점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 꿈은 걷는 것이었다. 건강을 잃기 전에 미리 건강에 신경 쓰자. 건강을 잃은 후에는 모든 수입을 다 투자해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입의 10분의 1만 투자하면 건강을 잃을 확률을 줄일 수 있기에 나 역시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현재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라. “병원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10년 후에 뒤처지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고,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낼 때 여러분의 후배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항상 10년 이상 내다보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성공과 안위, 연구 분야의 선구자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배를 이끌어 주는 선배가 되는 것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끝으로 윤강섭 교수는 대중적 질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보라매병원이 첨단기술을 도입하면서 암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한편 일반 시민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질병에 대해선 병원의 관심이 소홀해진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중적 질병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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