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임시 호실 배정 후 화재 현장 복구 중

지난달 16일 15시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19동 지하 1층 방재실 내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919동 헬스장에서 알바를 하던 정영훈 씨(자유전공학부·17) 및 920동 경비원 등의 신고로 소방대가 출동했고 화재는 15시 46분에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지하 1층과 연결된 A·B·C·D동 건물로 연기가 확산되며 사생들은 관악사 900동 체육관으로 대피해야 했다. 관악소방서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은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밝혀졌다. 관악사 측에 따르면, 130여 명의 사생이 체육관으로 대피했고, 사고 당일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호송된 사생 17명을 포함해 총 31명의 사생이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화재 당일 관악사는 919D동에 거주하는 사생들에 한해 임시 호실을 제공했으나, 다음날 919동 전 호실에서 숙박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919동에 거주하는 모든 사생을 임시 호실로 이동시켰다. 

화재로 인해 그을린 919동의 출입문
화재로 인해 그을린 919동의 출입문

◇관악사 초기 대응에 대한 지적=화재 발생 당시 919동에 머무르던 사생들에 따르면, 화재 경보는 화재 발생 초기에 짧은 시간 동안만 울렸다. 919동 사생 A 씨는 “화재 경보나 대피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해 바깥 소음을 통해 화재를 인지했다”라고 말했다. 관악사 행정실에 따르면, 방재실 담당자는 화재경보기가 울린 후 CCTV로 화재 여부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보기가 오작동을 많이 일으키는데다 임의로 정지시켜도 실제 화재 시 재작동 되기에 담당자는 경보기 리셋 버튼을 계속 눌러보며 실제 화재 여부를 파악했다. 이후 방재실 창고에서 충격음이 들린 뒤 화재를 발견했다. 경보 작동 및 방송을 위해 방재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화재로 인해 진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관악사 윤철진 인사·행정부장은 “당시 화재수신기 동작에 필요한 전원 케이블과 제어선이 소실돼 화재경보기에 예비전력이 공급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방송 및 경보 자체가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방재실 담당자가 오작동으로 판단하고 경보기 작동을 멈췄다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정영훈 씨는 “화재 발생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경보기 작동을 멈춘 것은 안전불감증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인사·행정부장은 “화재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해 방재실 담당자가 화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919동에 설치된 경보기는 임의로 정지시키더라도 화재 신호가 계속 들어오면 자동으로 비상 방송을 송출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화재 공지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관악사 측에서 처음 전송한 화재 대피 문자 전송 시각은 15시 41분으로, 화재 신고 이후 약 30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919동 사생 B 씨는 “당시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지만 문자를 나중에 확인해 15시 50분 정도에 다급히 호실 밖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윤 인사·행정부장은 문자로 화재 발생 사실을 전달한 것에 대해 “방재실이 마비된 상황에서의 매뉴얼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경보나 방송이 아예 울리지 않는 상태였기에 임기응변으로 문자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문자 내용에 관한 논란도 일었다. 관악사에서 전달한 첫 번째 문자에는 호실 안에 연기가 유입되고 있으면 문을 열고 계단을 통해 로비로 나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919동 사생 C 씨는 “화재 발생 시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젖은 수건으로 방문을 막고 구조하러 올 때까지 호실 안에서 대기하는 것이 통상적인 대피 요령”이라며 “관악사의 문자 내용은 이런 지침과 반대되는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16시 34분에 관악사에서 전송한 ‘사생 전원 대피 완료’라는 문자에 대해 정영훈 씨는 “소방서 측에 따르면, 그 시각은 1차 수색을 완료한 시각”이라며 “혹시 모를 미구조자가 남아 있었다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화재 안내 문자에는 화재 발생 위치가 방재실이 아닌 취사실이라고 잘못 기재돼 있었다. 관악사 대표조교 측은 “관악사 대피 문자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구두로 전달한 대피 요령을 문자로 정리했던 것”이라며 “소방대원으로부터 문자 발송 전 해당 내용을 재차 확인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결과 화재 대피 이후 상황은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 발생 당시 919동에 있었던 사생 B 씨는 “연기를 마셔서 속이 너무 쓰렸다”라며 “병원이송을 희망했지만 다른 사생들이 구토 등 더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해 당장은 구급차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상황에서 구급차 동선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영훈 씨는 “당시 구급차가 919B동 앞 광장까지 진입하지 못했으나, 그곳은 구급차보다 더 큰 이사 지원 트럭이 드나들던 곳”이라며 “구급차가 먼 곳에 세워져 부상자들을 쉽게 이송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인사·행정부장은 “구급차를 그곳으로 안내한 경위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관악사 행정실 측은 설명문을 통해 “대표조교 및 동조교는 화재를 인지하고 즉시 현장에 도착했고, 상황을 파악하고 응급환자 구급차 탑승을 지원했다”라며 “조교들은 임시대피소인 900동 실내 체육관 이동 업무를 수행하는 등 화재 관련 초기 대응에 적극 참여했다”라고 해명했다.

관악사 919B동에서 화재 현장 쓰레기를 모아 실어나르고 있는 모습
관악사 919B동에서 화재 현장 쓰레기를 모아 실어나르고 있는 모습

◇화재 이후의 대응과 현장 복구 계획=한편 관악사에서 임시 호실 배정에 관해 공지를 여러 차례 번복한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919동에 거주하던 사생 D 씨는 “처음에 919동 방 고정자는 짐을 빼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 받았으나, 이후에 짐을 모두 빼야 한다고 안내가 변경됐다”라며 “공지 변경으로 인해 혼란스러웠고 짐을 뺄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화재 당시 본가에 있던 919동 사생 E 씨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임시 호실이 선착순으로 배정된다는 공지를 보고 서둘러 본가에서 관악사로 왔지만, 이미 모든 학생에게 임시 호실을 배정하는 것으로 방침이 변경된 후였다. 그는 “공지가 계속 추가되거나 번복됐다”라고 토로했다.

관악사의 화재대피훈련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관악사에서 진행된 화재대피훈련의 평균 참여율은 27%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윤 인사·행정부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2월에 직원 대상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캠퍼스관리과와 논의 중”이라며 “3월에서 4월 중에 학생 대피 훈련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추후 화재대피훈련 계획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919동 노후 화재설비 교체 △919동 화재감지기 연기감지기로 교체 △관악캠퍼스 통합경비시스템과 연계한 시스템 이중화 등 919동의 전반적인 화재 대응 시설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재 사건 이후 915동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발생하면서 다시금 사생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915동 사생 F 씨는 “919동 화재 사건 이후에도 915동에서 화재경보기가 두 차례 오작동하는 것을 경험했다”라며 “화재경보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919동 이외에도 관악사 전반에 걸친 화재 방지 시설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919동 복구 계획에 대해 윤 인사·행정부장은 “이번 화재로 화재 관련 설비 및 각종 보안 시설을 운영하는 방재실 대부분이 소실돼 관련 시설 복구는 최소 이달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다음 학기 입주 전까지는 화재 대응 시설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복구에 힘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래킹: 전자제품 등에 묻어 있는 습기, 수분, 먼지, 기타 오염물질이 부착된 표면을 따라서 전류가 흘러 주변의 절연물질을 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단락: 전기 회로의 두 점 사이의 절연이 잘되지 않아 전선이 서로 붙어버린 현상이다.

사진: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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