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15시경에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19동 지하 1층 방재실 내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약 46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으나, 화재로 인해 연기가 퍼져 나가 919동 내에 있던 130여 명의 학생들은 관악사 900동 내의 체육관으로 모두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생들은 화재 연기 흡입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으며 31명의 사생이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대학신문』 2022년 2월 21일 자)

이번 화재는 공교롭게도 휴일에 발생한 데다 발화 장소가 컨트롤 타워인 방재실 내 창고였다는 점에서 대응에 다소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 발생 직후에는 화재경보기가 제때 작동했으나, CCTV로 화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자 방재실 담당자가 오작동으로 판단해 작동을 수동으로 멈춘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관악소방서에 따르면, 919동의 화재 수신기는 자동형이므로 경보기를 정지시켜도 실제 화재인 경우 재작동 되지만, 당일에는 화재로 인해 전선 등의 설비가 파손돼 이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관악사 행정실에 따르면, 화재가 CCTV로 확인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발생해 방재실 담당자가 화재를 판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화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기에, CCTV로 확인이 되지 않았어도 사각지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두고 현장을 돌아봐야 한다. 더군다나 오작동을 자주 일으키는 화재경보기는 안전불감증을 더욱 키웠다. 관악사 행정실에 따르면, 방재실 담당자는 리셋 버튼을 계속 눌러보면서 실제 화재인지 판별하려 했다. 빈번한 오작동이 화재경보기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낮췄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건 발생 이후 915동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설비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좀 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해 세부적인 재난 매뉴얼과 비상안내공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담당자에게 재난 대응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재난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생 대상 안전 교육 또한 철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재난 발생 시에는 담당자뿐 아니라 학생들 역시 안전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법에 따라 연 2회 화재 훈련은 의무이나,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육부의 화재 훈련 연기 지침에 따라 훈련이 연기됐다. 더불어 모든 훈련과 교육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학생들의 참여율도 저조한 상황이다. 작년 11월 관악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온라인 화재 안전 교육 공지에서는 4개의 교육 영상 모두 조회수가 몇십 회에 그치기도 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의 수업권은 보장돼야 하므로 재난 안전 훈련에 무조건적인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은 재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가지고 자발적으로 안전 훈련에 협조하며, 재난 대응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관악사 측에서도 재난 안내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피상적인 교육에 그치기보다는 실제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구성원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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