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자율주행차 산업의 현주소를 짚다

지난 24일(목)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빅3(BIG3) 추진회의에서 미래차 전환 구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중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연내 레벨 3 자율주행차 출시, 2027년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정책 과제가 발표됐다. 『대학신문』이 자율주행차 산업의 현황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과제를 짚어봤다.

 

레벨 4 자율주행이란

미국자동차공학회 분류 기준으로 자율주행은 6단계(0~5레벨)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레벨 3부터 자율주행차로 인정된다. 레벨 3 자율주행이 운전 설계 영역(ODD)를 벗어난 구간이나 비상상황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이라면,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은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 자율주행이다. 현재 레벨 3 승용차의 경우, 국내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어 차량 출시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2023년형 G90을 출시할 예정이다. 레벨 3 수준의 상용차와 레벨 4 자율주행차의 경우 아직 제작 기준이 없다.

자율주행차는 레이더와 같은 센서를 통해 습득한 교통 정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계산을 해 속도를 제어하고 경로를 설정한다. 레벨 3 수준의 조건부 자율주행을 넘어 레벨 4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차량이 안전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재완 부센터장(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은 “고속도로의 경우 앞뒤로 움직이는 종방향 제어와 차선을 바꾸는 횡방향 제어 정도만 필요하지만, 도심에서는 차량을 제어하기 위해 신호등, 교통신호, 횡단보도 보행자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아 차량 개발 난이도가 높다”라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들은 실증 차량이 고정된 순환노선을 운행하는 제한적인 형태다. 이 부센터장은 “도심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리려면 세밀한 도로정보를 제공하는 고정밀 지도를 만들어야 하고, 차량사물통신(V2X)을 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해 택시처럼 원하는 목적지로 운행하는 방식은 아직 어렵다”라면서도 “우리 센터가 5개 노선으로 셔틀버스 시범사업을 한 배곶신도시의 경우 교통 환경이 복잡하지 않아 P2P 형태의 지역 무인택시의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상용화로 가는 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발전이 필요할까. 이 부센터장은 “사전에 규정된 계산식을 통해 제어 움직임을 결정하는 룰 베이스(rule-base) 방식은 레벨 4 이상에서는 한계가 있다”라며 “교통사고 등 위급 상황에 대한 데이터와 모범 운전자의 운전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인공지능과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더해 자율주행차량의 높은 가격 역시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정용환 교수(서울과기대 자동차공학과)는 “파격적인 수준의 연산능력을 갖춘 반도체를 제약 없이 차량에 탑재할 수 있다면 인지 판단 제어 기술의 상당량은 구현이 가능할 수 있다”라면서도 “실증 차량을 몇 대 개발해 시범 운행을 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 생산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센서들을 자율주행차량에 탑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차량의 가격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이 부센터장은 “센터에서 자율주행 실증 차량 개발을 위해 일반 승용차를 자율주행차량으로 개조하는 데 든 비용만 2억 3천만 원 정도”라며 “이 중 센서 설치에 든 비용이 1억 5천, 추가 개조비로 8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라고 밝혔다.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와 각종 첨단 센서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이에 자율주행차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센서 탑재 비용을 절감하는 하나의 돌파구로 제시된다. 정 교수는 “차량에는 주행을 위한 기본적인 센서만 달고, 공공재의 개념으로 도로를 지능화해서 도로와 차량 간 네트워크 통신으로 교통신호 등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라며 “현재 국토부와 과기정통부에서 통신 방식 표준화를 두고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것 역시 지능형 도로(C-ITS)의 자율주행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문제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소재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 부센터장은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으로 인한 부주의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는 사고 차량이 자율주행차라는 점을 들어 자동차 제조사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라며 “제조사와 운전자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고 보험 체계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실험실 밖으로 나가야

앞으로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활용한 실증 서비스 확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오지선 씨(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20)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Test Bed)*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유동 인구가 많고 복잡한 교통 시스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센서가 보행자를 제대로 인식하는지, 교차로 신호 정보를 잘 받아들이는지 등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센터장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 비용에 비해 기대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시장 수용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소비자들이 시범 서비스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 신기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레벨 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개발 비용을 포괄하는 기술 개발 문제와 사회적 합의 도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미래차 전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테스트베드: 새로운 기술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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