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국립현대미술관〈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 언뜻 보면 단순 욕설이지만, 그의 가운뎃손가락은 권위주의적인 정부를 향한다.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에서 더 나은 인간 사회를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용기 있는 예술을 하는, 예술이자 장르 그 자체 ‘아이 웨이웨이’를 만났다. 

 

◇행동하는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아이 웨이웨이(艾未未)는 중국의 유명한 상징주의 시인 아이칭(艾靑)의 아들이다. 반우파 운동을 하던 아이칭은 문화 혁명기에 하방(下放)*됐고, 이런 배경에서 성장한 아이 웨이웨이는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를 지속해서 비판해 왔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가 된 아이 웨이웨이는 2015년부터 유럽에 거주하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을 빼곡히 채운 사진과 그림들, 스크린이 관객을 맞이한다.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126점의 작품은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세계와 그가 바라본 사회를 보여준다. 

아이 웨이웨이의 대표작 〈원근법 연구, 1995-2011〉
아이 웨이웨이의 대표작 〈원근법 연구, 1995-2011〉

◇“자기표현은 인간 실존에 핵심”=‘표현의 자유’는 그의 초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주요하게 이어져 오는 주제다. 앞서 소개한 〈원근법 연구, 1995-2011〉은 1995년 천안문 광장에서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찍은 사진을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 백악관, 어디인지도 모를 바다에서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 연작이다. 누군가가 그의 행동을 문제 삼아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었냐고 묻는다면, 그저 ‘원근법을 연구했다’라고 답할 법한 사진들이다. 

아이 웨이웨이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사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 웨이웨이는 2008년 쓰촨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시민조사단과 함께 피해자의 가족과 관련인을 인터뷰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정부에게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런 발언으로 그가 경찰에게 연행될 때 엘리베이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바로 〈조명〉이다. 극한의 상황에서조차 자기 모습을 기록한 사진은 그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깨닫게 한다.

그는 자신, 즉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만을 외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함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12지신 두상〉이다. 어느 날 아이 웨이웨이가 작품을 위해 레고를 대량 주문했을 때, 그는 회사로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레고를 사용하는 것을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런 사실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를 본 전 세계인이 각자가 가지고 있던 레고를 그에게 보냈다. 레고로 만들어진 거대한 12지신 두상 속 각각의 작은 레고 조각들은 그가 지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 보여준다.

〈12지신 두상〉
〈12지신 두상〉

 

◇과거, 현재, 미래의 인간=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실을 이동하다 보면 벽면에 빼곡히 적힌 글씨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복도 벽면에 붙어있는 ‘세계인권선언’은 아이 웨이웨이가 작품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했음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수많은 옷가지와 신발들은 지금 여기에 없는 구체적인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빨래방〉은 난민들이 머물던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의 ‘이도메니 캠프’에서 수집된 옷들로 구성됐다. 2016년에 그리스 정부는 이도메니 캠프를 비우고 난민들을 이동시켰고, 향방을 모르는 사람들 뒤에는 그들의 옷만이 남았다. 다 헐어버린 슬리퍼부터 새것 같은 어린이의 진분홍색 옷까지, 관객들은 가지런히 정리된 옷과 신발을 보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계단을 내려가 마주하는 영상들에서 관객은 그 불편함의 원인을 마주한다. 〈로힝야〉, 〈살아 있는 자〉, 〈2003년 베이징〉 다큐멘터리는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아이 웨이웨이는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역사를 통해 그들의 ‘현재’를 조명한다.

〈빨래방〉
〈빨래방〉

 

아이 웨이웨이는 예술가를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어떤 마음가짐 혹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지닌 사람’으로 정의한다. 인간에 대해 사유하고 그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아이 웨이웨이가 던진 질문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것인가’에 관한 답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하방: 중국에서 당원이나 공무원의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일정 기간 동안 농촌이나 공장에 보내서 노동에 종사하게 한 운동. 

 

글·사진: 구효주 사회문화부장 altlghz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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