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노인 복지의 현재와 미래

비대면의 일상화 아래 모든 세대가 무기력함을 느낀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은 사회적 교류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기에, 외출은 물론이고 가족들과의 모임도 어려워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노인들의 복지는 괜찮을까.

 

풍전등화의 노인 정신 건강 문제

사회적 상호작용의 단절은 노인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 관악노인종합복지관 복지사업과 지역복지팀 정미혜 팀장은 “노인들이 정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관계망이 축소되면서 외로움과 우울감을 호소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규만 교수(고려대 정신의학과)가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회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참여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우울증의 위험이 0.6배 낮게 나타났다. 한 교수는 “코로나19로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사회적 지지가 차단됐고, 건강염려증까지 심화되며 노인 우울 증상이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궁은하 부연구위원의 「코로나19로 인한 노인 생활의 변화와 정책 과제」에 따르면, ‘방역 행동 지침에 대해 답답함을 자주 또는 가끔 느꼈다’에 71.1%의 노인 응답자가 동의했고, ‘가족·지인 만남 제한으로 인한 외로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자주 또는 가끔 느끼고 있다’에 57.8%가 동의했다. 남궁 위원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의 여파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더 증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단된 대면 서비스, 소외되는 노인들

노인들로 붐비던 노인복지시설도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해졌다. 노인복지관은 대면 프로그램을 줄이고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대면 운영이 더욱 힘들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월)부터 노인여가복지시설 방역 대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이뤄지는 돌봄 서비스와 일자리 사업 등을 제외한 대면 서비스들이 전면 중단되기까지 했다.

노인복지관은 대면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대안으로 택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인식하거나 디지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느껴 비대면 서비스 이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서초구립 중앙노인종합복지관 등 일부 기관에서는 비대면 복지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모든 복지관에서 비대면 복지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 팀장은 “유튜브 ‘관악노인종합복지관TV’에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영상을 올렸지만, 참여자 수가 대면 프로그램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정보의 소외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심리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노인 A 씨는 “복지관에서 친구들과 한바탕 웃고 뛰어다니던 시간이 그립다”라며 “나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은 비대면 복지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라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노인 복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의 노인들은 면회가 어려워지는 등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비롯한 많은 노인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노인 소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노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협력이 동반돼야 함을 강조한다. 김보영 교수(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연장선에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노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안산시에서 재가급여(在家給與) 시범사업을 시행해 여러 복지 인력들이 돌봄 및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인이 요양병원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궁 위원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는 노인의 주거권과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점점 강조되는 개념이고, 이는 노인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복지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공동체원의 협력도 수반돼야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서울대 학생사회공헌단이 관악노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있다. 정 팀장은 “해당 교육 이후 디지털 기기 사용법 습득과 일상생활 활용 가능 여부에 관한 문항에서 참가자 전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고 참여자들의 교육 만족도가 높았다”라며 “실제 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 인력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IT 활용이 능숙한 학생들이 강사가 돼 노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비대면 복지 서비스가 빠르게 도입됐지만, 여전히 비대면 복지 서비스가 대체할 수 없는 대면 복지 서비스의 영역도 남아있다. 따라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노인 정신 건강을 증진하되, 기술을 도입할 때도 실제 복지 현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허준수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개발 인력이 복지 전문가와 협업해 노인의 특성과 복지 현장을 이해하고,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검증된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ICT와 복지 서비스를 접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수동적인 존재로만 여겨지곤 한다. 지역 공동체와 ICT를 기반으로 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때 노인의 건강, 나아가 사회 전체의 복리 증진이 가능하다. 노인 복지는 거창한 사업만으로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인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소일거리를 마련해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부터 노인 복지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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