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배정 과정의 투명화와 합리화가 목적

 

교원 배정 과정에서 심의 절차 추가

학문적 변화에 대응하고자 도입

공감의 목소리와 함께 우려 나와

본부, “우려에 대한 대안 마련할 것”

지난달부터 본부는 ‘전임교원 정원 배정 및 충원제도 관리 개선안’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임교원의 본부 정원 배정과 대학 정원 충원 신청 절차에 변화가 생긴다. 서울대 전임교원은 본부 정원과 대학 정원으로 나뉜다. 본부 정원은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본부가 특정 학과에 배정할 수 있는 교원 정원이다. 반면 대학 정원은 각 학과마다 정해져 있는 교원 정원을 뜻한다. 기존에는 학과 및 단과대 차원에서 별도의 심의 과정 없이 본부에 개별적으로 본부 정원 배정을 신청했으나, 개선안에 따라 단과대 인사위원회 논의를 거친 후 본부에 정원 배정을 신청해야 한다. 대학 정원 충원의 경우 별도의 본부 심의 과정이 없었으나, 이제는 교원 결원이 발생했을 때 해당 학과 및 단과대가 본부에 충원 요청서를 제출하고 본부의 심의와 충원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선안 도입에 따라 교원 정원 배정 과정에서 심의 절차가 늘어난 셈이다.

본부는 개선안 도입의 목적을 △배정 과정 투명화 △융합학문 활성화 △충원 계획에 대한 활발한 논의 촉진이라고 밝혔다. 김태균 협력부처장(국제학과)은 “기존의 본부 정원 배정 과정은 무분별했고 불투명했다”라며 “이번 개선안을 통해 공정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협력부처장은 최근 융합학문 추세를 언급하며 “융합학문 담당 교원을 여러 학과에서 함께 채용하는 방법으로 학과 간 장벽을 허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채용은 단과대 인사위원회 내에서 논의돼야 가능하다”라며 “이번 개선안은 학문 간 융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여정성 교육부총장은 “전임교원 충원 과정에서 단과대 내 활발한 논의를 촉진해 학문적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라고 개선안 도입 취지를 전했다.

단과대 내에서는 개선안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연대 이준호 학장(생명과학부)은 “교원 충원 과정을 투명화하는 것에 찬성한다”라고 밝혔고, 수의대 한호재 학장(수의학과) 역시 “전임교수 정원 배정 및 충원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과대 논의 절차와 본부 심의가 추가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회대 권숙인 학장(인류학과)에 따르면, 사회대 학과장 회의에서는 개선안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과 더불어 부족한 교원 정원을 둘러싸고 단과대 내에서 필요 이상의 긴장과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학과나 단과대 차원에서 교원 충원의 필요성을 가장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데, 교원 충원 여부를 본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본부 측 압력이 강화돼 기초학문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개선안 방향성에 대한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호 학장은 “개선안을 통해 시급하게 충원이 필요한 학과에 먼저 교원을 배정하는 등 교원 배정 절차가 대학 차원에서 협력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호재 학장은 “전임교원 충원율이 법정 정원에 미달되는 대학 또는 학과에 교원 정원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제도화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사회대 학과장 회의에서는 교원 배정 및 충원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교육에 대한 본부의 비전 및 마스터 플랜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본부는 단과대의 우려에 대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개선안이 도입되면 이론적으로 대학 정원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도 “본부는 기초학문을 보호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과대는 교원 배정 및 충원 신청이 반려된 이후에도 언제든 재요청을 할 수 있고 본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정성 교육부총장은 “교원 정원을 둘러싸고 단과대 내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학과가 본부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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